이재명 대통령이 9일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썼다. “검찰개혁이든 노동·경제개혁이든 언론개혁이든 법원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개혁은 외과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다’는 제목의 글에 “공직사회에 문제가 많다지만 구성원 모두의 문제는 아니다. 문제를 제거하고 문제 인사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되, 무관한 다수 구성원의 의욕을 잃거나 상처 입게 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 대통령의 이날 글은 한 지지자가 지난해 5월 대법원을 겨냥해 “조희대가 아닌 법원 전체가 차기 대권 유력후보자를 낙마시키려 했다”고 쓴 글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 대통령은 “법원에도 정치적으로 정의를 비트는 경우가 있지만, 사법 정의와 인권 보호를 위해 법과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판결하는 법관들이 훨씬 많다”며 “양심적 법관들의 정의로운 판결 덕에 지금껏 살아남아 대통령 직무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친형 강제입원 의혹 사건 ▶위증교사 사건 등 자신의 무죄 선고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에도 “집권세력 되었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될 것”이라는 글을 X에 올렸다. 보수 야권과 법조계 반발이 컸던 ‘사법 3법’(법왜곡죄 신설, 재판소원제 도입, 대법관 증원법)을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이 대통령이 연이어 개혁에 대한 현실론을 쏟아내자 여권에서는 다양한 해석론이 쏟아졌다. 청와대 디지털소통비서관을 지낸 김남국 민주당 대변인은 CBS 라디오에서 “개혁의 대상이 되는 어떤 그런 공무원 집단도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정책을 펴야 된다는
일반적인 국정철학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검찰개혁’ 후속 입법을 두고 여당 강경파와 청와대·정부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당내 강경파를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법사위 강경파를 향한 메시지 아니냐는 진행자 질문에 “개혁은 좋다. 해야된다. 지금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된다”면서도 “과유불급. 벼룩 잡으려고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지 않나.
전체적인 것을 조율해서 하는 게 좋다는 말씀으로 저는 해석했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지층이 검찰이 또 마음대로 할까봐 걱정하고, 당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결국 대통령 뜻대로 될 것이란 의미”라고 했다.
당 지도부는 당내 특정 인사를 겨냥한 건 아닐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강준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특정 상임위를 지칭한 게 아니라 당내 논의과정에서 대화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말인 것 같다”며 “너무 확대해석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집권 세력은 폭주하는데 이 대통령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이미지 정치 중”이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은 검찰청 해체를 빌어붙였고, 사법 3법까지 강행처리했다. 각계 우려에도 단 한 번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자신을 겨냥한 세력은 모두 개혁 대상으로 여겨 도려내고 있는 중”이라며 “대통령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 돌아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