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기업들이 담합을 하다 적발되면 관련 매출액의 최소 10% 이상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이후 10년 안에 담합했다가 다시 적발되면 과징금이 최대 2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30일까지 행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서 “담합 이득을 훨씬 넘어서는 무거운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며 경제적 제재 강화를 주문해왔다.
개정안은 과징금 산정시 적용되는 부과기준율 하한을 대폭 올리는 게 골자다. 과징금은 위반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에 중대성에 따라 책정되는 부과기준율을 곱해 산정한다.
담합은 현행 고시상 부과기준율 하한이 0.5%이지만 앞으로는 10%로 상향 조정된다. 행위의 중대성에 따라 ▶중대성이 약한 담합 0.5~3%→10~15%, ▶중대한 담합 3~10.5%→15~18%, ▶매우 중대한 담합 10.5~20%→18~20% 등의 기준율이 각각 적용된다. 예컨대 최근 공정위에 적발된 밀가루 담합의 관련 매출액은 5조8000억원인데, 해당 규정을 적용하면 과징금 하한이 6090억원에서 1조440억원으로 올라간다.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기 어려울 때 적용하는 정액과징금의 하한도 1000만원에서 20억원으로 상향된다.
공정위는 이밖에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공정거래법상 규정된 다른 위반행위에 대한 부과기준율 하한도 전반적으로 모두 높인다.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지원 등 사익편취는 부과기준율 하한을 20%에서 100%로 높여 부당 지원액 전액을 환수한다. 중대한 위반은 상한을 160%에서 300%로 높여 징벌적 수준의 과징금을 물린다.
담합 등을 반복적으로 하는 기업에 대한 과징금 가중도 강화된다. 최근 5년 간 1회 위반 전력이 있으면 과징금이 최대 50%(현행 10%),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현행 80%)까지 가중된다. 특히 담합은 10년 내 한 차례라도 적발된 전력이 있으면 곧장 최대 100%가 가중된다.
반면 과징금 감경은 축소된다. 조사ㆍ심의 과정에서 협조한 사업자에 대한 감면은 최대 20%에서 10%로 줄어든다. 가격 인하 등 자진 시정에 따른 감경률도 최대 30%에서 10%로 낮아진다. 김근성 공정위 심판관리관은 “과징금이 단순한 사업 비용으로 인식되는 관행을 막고 법 위반이 기업 전략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이 더 올라갈 여지도 있다. 정부는 담합에 대한 과징금 상한을 20%에서 30% 올리는 등 경제적 제재를 대폭 강화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중동 사태와 내수 부진 등으로 기업의 어려움이 큰 만큼 과징금 상향 시 형벌 완화 논의도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행정예고와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늦어도 4월 말까지 개정 고시를 시행할 계획이다. 다만 시행 이전에 종료된 위반행위에는 종전 기준이 적용된다. 심의를 앞둔 밀가루ㆍ전분당 담합 사건에는 기존 과징금 기준이 적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