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여파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급등하면서 9일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증시의 낙폭이 특히 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약 8% 떨어진 5100선대로 밀렸다. 코스닥 지수도 6% 넘게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 역시 약 7% 급락했고 대만 가권지수도 5% 이상 하락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각각 약 3%, 1%대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피 급락으로 이날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도 동반 하락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뉴욕 증시도 하락 출발이 예상된다. 한국시간 기준 다우존스산업평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100 등 주요 지수 선물은 2% 안팎 하락했다.
시장 급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국제유가 폭등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 115~117달러 선까지 치솟았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역시 110달러 안팎까지 상승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이후 처음이다.
중동 지역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송 차질 우려가 확산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CNBC는 한국과 일본 증시의 낙폭이 큰 이유로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꼽았다. 한국과 일본은 수입 원유의 8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유가 급등 충격이 더 크게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중동 긴장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중동 공항이 폐쇄되고 해상 운송도 차질을 빚으면서 항공·해상 물류 비용이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들은 페르시아만 항로 운항을 중단하거나 우회 조치에 나선 상태다.
전문가들은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JP모건은 분쟁이 확산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도 원유 공급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유가가 15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 모리스 옵스트펠드는 “유럽과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동 분쟁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