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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시대, 어떤 인재를 키워야 하는가

중앙일보

2026.03.0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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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반도체 설계도 하고, 코딩도 하고, 보고서도 쓴다. 그러자 곧바로 이런 말이 나온다. 이제 사람은 덜 필요해지는 것 아니냐고, 우수인재를 그렇게 많이 길러낼 필요가 있느냐고. 그러나 이 질문은 절반만 맞다.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하는 시대에, 우리는 과연 어떤 인재를 국가의 핵심으로 키워야 하는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말해온 우수인재의 모습은 대체로 비슷했다. 높은 성적, 좋은 대학, 연구와 기획 중심의 능력, 그리고 소수의 엘리트. 물론 그런 인재는 앞으로도 필요하다. 그러나 국가와 산업은 그런 인재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설계가 현실이 되려면 생산이 따라야 하고, 기술이 가치가 되려면 현장이 버텨야 한다. 사회를 구상하는 사람만큼이나, 사회를 실제로 작동시키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

AI는 바로 이 점을 더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반복적인 코딩, 정형화된 설계, 표준화된 분석은 점점 더 AI가 맡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의 역할은 줄어드는가. 오히려 반대다. 사람에게는 더 어려운 일이 남는다.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 서로 다른 기술을 연결하는 일, 현장에서 발생하는 변수와 위험을 판단하는 일, 결과에 끝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AI는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답이 사회적으로 타당한지, 산업적으로 안전한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지는 결국 사람이 가려내야 한다.

앞으로 산업의 중심 업무도 달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많이 만들고, 빨리 처리하고, 정확하게 반복하는 능력이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의하고, 통합하고, 검증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 실행보다 문제를 정확히 규정하는 능력, 단일 기술보다 복합 기술을 엮는 능력, 개인의 숙련보다 시스템 전체를 이해하는 능력이 더 높은 가치를 갖게 된다. 산업의 무게중심이 생산 자체에서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판단과 운영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인재정책은 다시 쓰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려면 우수한 연구인재와 함께 우수한 기술인재를 균형 있게 길러내야 한다. 반도체를 설계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 설계를 공정으로 구현하고 품질로 완성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그 모델을 현장에 적용하고 유지하고 개선하는 사람도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오랫동안 한쪽만 ‘인재’라고 불러왔고, 다른 한쪽은 그저 필요한 ‘인력’쯤으로 여겨왔다. 이 인식의 격차가 바로 오늘의 문제다.

“소는 누가 키우나?”

이 말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국가의 기반을 누가 떠받치고, 산업의 마지막 책임을 누가 지며, 지역의 일자리를 누가 지켜낼 것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AI 시대일수록 답은 더 분명하다. 머리만으로는 나라를 움직일 수 없다. 손과 기술, 판단과 책임이 함께 있어야 사회가 굴러간다. 이제 대한민국은 우수한 두뇌를 기르는 나라를 넘어, 우수한 기술과 실행의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는 나라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AI의 미래를 말하면서도, 정작 내일의 산업을 떠받칠 사람은 키우지 못하는 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다.

본 기사의 내용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김영도의 견해이며 중앙일보사의 공식 견해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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