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정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이 해마다 대학 등록금의 법정 인상 한도가 정해지는 데 대해 “등록금 규제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등록금은 대학 자율에 맡겨도 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9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현재 학생 1인당 등록금 대비 장학금 수혜액이 57.4%”이라며 “이미 반값 등록금은 실현된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부터 한양대 총장을 맡은 그는 전국 4년제 대학 총장의 협의체인 대교협의 제30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 회장은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교가 일제히 등록금을 5%씩 올렸을 때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에 0.075%의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며 “거시적으로 보면 등록금 인상은 물가에 실질적 영향은 미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국회에서 대학 등록금의 법정 인상 한도를 더 낮추려는 논의가 진행되는 데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달 국회에선 대학 등록금 인상 상한을 ‘직전 3개 연도 평균 물가상승률’로 정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 법률에서는 등록금 인상 상한이 3년 평균 물가상승률의 1.2배로 돼 있는데 한층 낮춘 것이다.
간담회에서 이 회장은 “올해 법정 인상 한도는 3.19%였는데 우리 학교(한양대) 인상률은 2%대였다”면서 “대학들이 합리적 선에서 결정하는데 구태여 정치권에서 관여해 사학의 기를 꺾을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과거 많은 대학이 법정 인상 한도를 지켰는데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금(국가등록금Ⅱ 유형)을 받지 못했다”며 “법대로 해도 제재를 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국정 과제인 ‘서울대 10개 만들기’에도 쓴소리를 이어 갔다. 그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자칫 지역의 중소 사립대 100개 죽이기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 과장이 섞였을 수 있지만, 실제 그런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점 국립대 10개 살리려고 지역 대학 100개를 죽이면 안 된다”며 “지역 대학이 사라지면 지역 소멸은 더 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인공지능(AI)을 통한 대학 내 학과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는 기본적으로 인문·사회·예술 등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융합의 장”이라며 “AI를 통해 학과 간 경계를 헐고 나아가 단과대 경계도 없애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