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안 등 ‘검찰개혁’ 후속 입법을 두고 여당 강경파와 정부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다시 메시지를 냈다.
이 대통령은 9일 새벽 X(옛 트위터)에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든, 노동ㆍ경제개혁이든, 언론개혁이든, 법원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게 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공직사회에 문제가 많다지만 구성원 모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개혁은 외과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다”고도 했다.
‘조희대(대법원장)가 아닌 법원 전체가 차기 대권 유력후보자를 낙마시키려 했다’는 한 지지자의 글에 답하는 형식으로 올린 이 글에서, 이 대통령은 개혁의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과 같다)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로 “재판부가 검찰의 기대와 달리 무죄를 선고해 또다시 제가 살아날 수 있었다”는 등 자신의 재판 경험을 많이 언급했다. 논란이 컸던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재판소원, 대법관 증원)은 국회 본회의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까지 이미 마무리된 상황이기에,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둘러싼 여권 내 해석은 분분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참모진과 내부 회의에서 X 글에 대한 특별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수의 여권 인사들은 사법부가 아닌 검찰개혁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내 강경파를 겨냥한 것으로 이 대통령 메시지를 읽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는 “사법부는 사례를 언급한 것일 뿐이고, 핵심은 민주당 강경파를 겨냥한 것 아니겠냐”라며 “이 대통령의 지난 7일 메시지와 오늘(9일) 메시지를 같은 선상에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X에 “모든 공적 현안을 결정할 때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고, 대세에 지장이 없는 한 조정하고 타협하는 이유는 모든 의견이 나름의 타당성이 있기 때문”이라며 “나의 의견만이 진리이자 정의이고, 너의 의견은 불의이고 거짓이라는 태도는 극한적 대립과 실패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8일 검찰개혁 후속 입법과 관련해 “입법권이 당에 있기 때문에 조율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추미애·김용민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강경파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의 대폭 수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 대표의 말은 법사위의 법안 수정을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됐다. 그런 발언 직후 이 대통령이 또 메시지를 낸 것이다.
친명계 의원은 “정 대표가 ‘입법권은 당에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대통령은 관여하지 말라는 건데, 완전 ‘오버’”라며 “검찰개혁 법안 관련해서 강경파가 과도하게 나가는데,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은 실용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개혁이라는 것이고 그런 메시지를 계속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통령이 추가 메시지로 ‘강경파 준동’을 눌렀다는 시각이다.
청와대 참모들도 비슷한 시각이다. 이미 지난해 10월 검찰개혁 후속 조치에 대해선 정부가 주도권을 갖고 추진하기로 가르마를 탔고 정부의 중수청·공소청법 최종안이 민주당 의원총회를 거쳐 확정됐는데도 여당 내 강경파가 “대폭 수정”을 언급하며 ‘선을 넘는다’는 것이다. 청와대 참모들은 이 대통령 메시지에도 그런 시각이 담긴 것으로 해석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검찰 제도를 사실상 없애자는 김용민 의원 등이 국가수사제도를 붕괴시키고 있다”는 말도 했다.
유튜브 방송인 김어준씨는 이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 “(이 대통령이) 객관 강박이 있다”며 “스스로 레드팀을 자행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그러나 친명계 인사는 “이번 메시지는 ‘객관 강박’ 차원은 아닌 것 같다”며 “(김씨의 해석은)메시지의 취지를 어지럽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