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운(64·사법연수원 16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9일 자문위원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추진단은 이날 박 교수가 윤창렬 추진단장 겸 국무조정실장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날 총리실 출입기자단에 전한 공지문을 통해 “현재 보완수사권 등을 둘러싼 논의 구조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박 교수는 “우리 형사사법 절차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숙의와 균형 잡힌 토론보다는 감정적 접근이 앞서는 현실을 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제가 개혁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직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제 소신을 여러 통로를 통해 밝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출신인 박 교수는 자문위에 합류하기 전부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해 왔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모두 검사에게 송치해 검사의 최종 판단에 따라 처분하는 ‘전건송치’ 제도의 필요성도 주장해 왔다. 현재는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하는 경우 불송치 결정과 함께 수사를 종결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이러한 분명한 소신을 가진 제가,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인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에 자문을 맡는 것은, 중립적 입장에서 법안 준비를 요구받는 추진단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이유도 들었다.
실제 박 교수는 사의 표명 전인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나는 단호히 말한다”며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은 우리 형사사법 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고 썼다. 그는 성폭력 사건에서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해 검찰로 송치된 경우를 예로 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소리를 들어보지 않고 경찰 기록만으로 사건을 종결하거나, 불송치 결정을 한 바로 그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는 없다”며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유지를 책임지는 기관이 그 책임을 감당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실 확인 권한을 갖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어 “담론의 수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보완수사 필요성을 말하는 검사들의 발언을 무조건 ‘들을 필요 없다’고 배제하는 것은 비판이 아니라 낙인이다. 그것은 개혁의 언어가 아니라 악마화의 언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형사사법은 구호로 굴러가지 않는다”며 “제도 설계는 감정이 아니라, 그 제도가 현실에서 감당 가능한지 따지는 이성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라 논증과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5일 보완수사권 폐지를 일찌감치 사실상 당론으로 정하고, 최근 민주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정부가 제출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법안에 대한 비토론이 분출하는 상황에 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그는 “저는 정교한 검토와 합리적 토론 없이 ‘개혁’이라는 이름만으로 형사사법 체계가 급격히 개편된다면, 그 부담과 위험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 우려한다”며 “부디 검찰개혁 논의가 검찰권 남용을 방지함과 동시에 국가의 범죄 억지 기능과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형사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