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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다" 코스피 급락에 15조 베팅…개미 '빚투' 경보음

중앙일보

2026.03.09 02:02 2026.03.09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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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가운데 코스피가 6% 급락하며 5,200대로 마감한 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전장 대비 333.00포인트(5.96%) 내린 5,251.87에, 코스닥은 52.39포인트(4.54%) 내린 1,102.28에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 19.1원 오른 1,495.5원이다. 전민규 기자
중동 사태 확산으로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이탈에 속도가 붙었다. 외국인 투자자가 무더기로 던지는 한국 주식은 개인투자자가 대부분 받아내고 있는데, ‘빚투’ 경보음은 한층 더 커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96% 떨어진 5251.87에 마감했다. 중동발 유가 충격에 외국인과 기관이 일제히 매도에 나섰지만, 개인은 대규모 매수로 맞섰다. 이날 개인은 4조62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 직후 닷새간(3~9일)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은 15조원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종목별로는 삼성전자(7조1170억원), SK하이닉스(3조5206억원), 현대차(1조4002억원) 등 대형주 위주로 매수세가 몰렸다.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 각각 3조2032억원, 1조5387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닷새간 10조원 넘게 순매도했는데,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6조7996억원), SK하이닉스(3조1309억원), 현대차(8573억원)였다. 외국인이 던진 물량을 개인이 거의 그대로 받아냈다는 의미다.

김지윤 기자
외국인의 자금 유출 규모는 아시아 주요국 가운데서도 한국이 유독 컸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외국인은 한국 주식형 펀드에서 81억6000만 달러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대만(66억 달러), 인도(21억8000만 달러), 베트남(1억8000만 달러)보다 유출 규모가 컸다.

‘ATM 한국’이란 오명은 여전했다.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이 있을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가 현금인출기(ATM)처럼 한국에서 가장 먼저 돈을 빼내 가는 현상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지션을 빨리 정리해야 하는 외국인 입장에서 달러 강세 속도보다 원화 약세 속도가 빠른 한국 시장에서 매도를 더 할 수밖에 없다”며 “또 한국이 세계 시장 전반에서 유동성이 높아 사고팔기가 쉬운 시장인 만큼, 외국인이 서둘러 현금을 확보해야 할 때 먼저 파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근 개인의 폭발적인 매수세는 ‘전쟁은 이제 상수에 가깝고, 반도체 실적 등 코스피 상승 요인은 견조하다’는 판단에서 기인한다. 중동 사태 직전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등을 근거로 올해 상반기 코스피 목표를 8000까지 제시한 상황에서 지금이 주식을 싼값에 살 기회라고 본 투자자가 몰린 것이다. 그간 가파른 상승장에서 나만 돈을 못 벌었다는 ‘포모’(FOMO) 심리도 불을 지폈다.

‘빚투’(빚내서 투자)도 점점 과열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6945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날 수석부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빚투 관련 자금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증시 급락이 증거금 부족과 강제 매도(반대 매매)로 이어질 경우 추가적인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상승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의 운명은 유가 향방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근 하나증권 연구원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15달러를 웃돌면 역사적으로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평균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지금은 공포를 더 키울 때가 아니라 출구를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월평균 90~100달러 수준에서 수개월 지속되면 경기 하방 압력과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동시에 커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지나친 공포심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전력기기는 전쟁과 별개로 이익이 계속 확대될 것”이라며 “과도한 조정이 나타날 경우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했다.



장서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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