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로 인해 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휘발유·경유 등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지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에너지 수급과 가격 불안 상황이 엄중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비상한 대책도 필요하다”며 “최근 과도하게 인상된 석유 제품에 대해서는 최고가격제도를 신속하게 도입하고 과감하게 시행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정유사와 주유소의 담합, 매점매석, 사재기 등 불법 행위는 철저하게 단속하고, 위반할 경우 이익의 몇 배에 해당되는 엄정한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엔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등 경제 부처 장관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중동 사태 이후 구매한 석유 제품이 아직 국내에 풀리지 않았는데도 휘발유·경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원인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정부는 정유사·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어 “산업부가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내로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최고 가격은) 2주 주기로 설계할 것”이라고 했다. 현행 석유사업법에 따르면, 산업부가 석유 판매 최고 가격을 지정할 경우 재정경제부는 위반 사업자에게 부당이득 전액을 과징금으로 환수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유류세 인하 폭 확대나 유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 등 추가 대책 검토도 지시했다. 김 실장은 “유류세 인하 조치는 상대적으로 빨리할 수 있으나, 직접 지원 프로그램은 재원도 문제고 시간이 필요하다”며 “당장 1차 대응은 2주 간격으로 가격이 출렁일 때 유류세 인하 등 완충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별 석유 수급 대책 점검도 이뤄졌다. 김 실장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영향을 받는 원유 도입량은 하루 170만 배럴 수준인데, 우리나라는 석유 1억9000만 배럴을 비축하고 있어 208일 지속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산유국과 공동 비축 물량(2000만 배럴)에 대한 ‘우선 구매권’ 행사 ▶석유공사 해외 생산분의 국내 유입 ▶호르무즈 물량 대체 공급선 확보 등을 검토·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출렁이는 주가·환율 등 금융시장 지표에 대해 김 실장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비해 과도하게 지표가 괴리된 측면이 있다”며 “유가 상승 충격이 산업과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면밀히 점검 중이며, 정부가 충분한 대응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