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윤 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지 18일 만이자 6·3 지방선거를 86일 앞두고서다. 그동안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윤 어게인’ 세력과의 절연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던 국민의힘은 지지율이 최악으로 치닫고 오세훈 서울시장이 후보 신청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벌어지자 소속 국회의원 전원 명의로 노선 변화를 분명히 하는 공식 입장을 택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3시간 10분 가량 진행된 긴급 의원총회가 끝난 뒤 ▶12·3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국민 사과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확히 반대 ▶당내 갈등을 증폭하는 모든 행동과 발언 중단 ▶헌법 가치 존중에 동의하는 국민과 연대 등 4가지 사안이 명시된 결의문을 낭독했다. 그동안 절윤에 소극적이던 장동혁 대표를 포함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일동’ 명의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송 원내대표가 주말 사이 장 대표와 수 차례 논의한 끝에 결의문을 만들었고, 107명 의원이 전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결의문은 ‘절윤 선언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도부 인사는 “그간 논란이 됐던 계엄에 대한 사과와 동시에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주장하는 윤 어게인 세력과 완전한 절연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당내 계파 갈등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다. 송 원내대표는 결의문에서 “당내 구성원 간 갈등을 증폭시키는 모든 행동과 발언을 중단하고 대통합에 나서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장 대표를 끊임 없이 비판해온 친한계와 쇄신파, 반대로 이들을 공격한 장 대표 주변 인사들 모두에게 경고를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초 이날 의총이 오 시장의 요구로 개최됐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송 원내대표는 “오 시장의 발언과는 무관하게 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원내대표의 결단으로 의총이 소집됐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전날 마감된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 등록 신청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요구한 노선 변화 끝장토론을 관철시키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주류의 생각은 오 시장도 이번 당내 갈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을 시작하며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당을 탈당해 국민의힘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향후에도 그러할 것”이라며 절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총에 참석한 의원들의 목소리도 대부분 같았다. 조경태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장 대표는 과거 발언을 철회해야 한다”고 했고, 윤상현 의원은 “국민의힘이 ‘영남 자민련’도 안 되는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추락하고 있다. 변화에 몸부림쳐야 할 때”라고 했다. 최근 법원에서 ‘당원권 정지 1년’ 징계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배현진 의원은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서도 징계를 철회하고 복당을 요청한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다음날인 지난달 20일 “계엄이 내란이 아니라는 주장을 뒤집을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등 당내 절윤 요구를 거부하던 장 대표는 9일 의총에선 의원들 발언을 일일이 수첩에 메모하면서도 끝내 침묵했다. 다만 장 대표와 가까운 지도부에선 볼멘소리가 나왔다. 조광한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몇 차례 반복해서 얘기했음에도 (노선 변화 등) 똑같은 요구를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강요받고 있다. 배신자가 오히려 기세등등하다”고 했다.
의총 전 "기도하는 심정으로 (노선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던 오 시장은 이날 의총 뒤 페이스북에 “의미 있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수도권 출마 후보자들이 선거에 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했다.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은 “오 시장의 고민에 대해 충분히 이해된다”며 “경쟁력을 감안해 추가 모집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늦었지만 다행”이란 반응이 나왔다. 영남 중진 의원은 “당이 완전한 선거 참패의 길에서 한 발짝 벗어난 느낌”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상태다. 전국지표조사(NBS),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지난해 8월 장 대표 취임 이후 최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6일 10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에서 더불어민주당은 48.1%, 국민의힘은 32.4%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전주 대비 1.0%포인트 올랐고, 국민의힘은 1.4%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장 대표 취임 이후 양당 격차는 최대치였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최저치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