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4개월 영아를 학대해 숨지게 한 친모 직업이 물리치료사라는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사건 관련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자문을 맡았던 이재현 용인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최근 유튜브 채널 ‘산소형제TV’를 통해 친모 30대 A씨의 학대 영상과 피해 영아 진료 기록 등을 검토한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의무기록들을 검토해 보니 ‘이 아이를 살리기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며 “머리·가슴·배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23군데가 골절되는 등 이런 끔찍한 상황뿐 아니라 아이가 치료받은 과정을 보면서 이 작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의료진이 달려들었을지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방송 자문 과정에서 A씨 학대 모습이 담긴 홈캠 영상 100여개를 검토했다며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그는 “AI(인공지능) 합성 영상이 아닌지 의심할 정도로 학대 수위가 높았다”며 “화면에 들어가 아이를 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마도 자기 자식은 저렇게 안 대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홈캠 너머로 보이는 아이의 눈빛, 도움을 청하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다 보면 구역질이 계속 나와서 자료 검토하면서도 멈추길 반복했다”며 “지금도 눈물이 좀 난다. 충격이 크다 보니까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특히 이 교수는 A씨가 물리치료사라는 점을 언급하며 더욱 분노했다.
이 교수는 “물리치료사는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라며 “그런 의무가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식을 학대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했다.
그는 “의료 지식이 전혀 없고 심폐소생술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의 경우 자녀가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당황해서 부적절한 대처를 할 순 있지만 (A씨는) 물리치료사 아닌가”라며 “아이가 숨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전혀 전문적이지도 않고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런데도 재판 과정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얘기를 하다는 건 정말 이해되지 않는다”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이 아동학대를 저질렀을 땐 가중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학대 정황이 담긴 영상을 전수 검토하며 분노를 참을 수 없어 뒷이야기를 올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에게 더 안전한 나라가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22일 전남 여수시 자택에서 생후 4개월 된 아들을 폭행하고 샤워기 물을 틀어둔 채 아기 욕조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살해)로 구속기소 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28일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루면서 공분이 일었다.
방송을 통해 공개된 홈캠 영상엔 A씨가 아이를 발로 밟거나 머리를 거칠게 흔들고 거꾸로 들어 침대나 바닥에 내동댕이치는 등 지속적으로 학대한 정황이 있었다. 또 타격음과 함께 찢어질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반복적으로 담겨 있었다. 또한 A씨가 “제발 좀 죽으라”, “죽여버릴 거”라고 외치는 소리도 확인됐다.
친부 역시 아동학대 방임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 부부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지난달 말까지 거의 매일 같이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며 감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따르면 이들 부부를 엄벌해 달라는 탄원서와 진정서는 2200건 이상 접수됐으며 이 사건 관련 ‘아동학대 처벌 강화 요청’ 국회 국민동의 청원엔 5만여명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