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도, 기계도 없다. 오직 한 사람의 호흡과 성대가 빚은 음가와 리듬, 경이로운 소음(Noise)이 앨범 한 장을 가득 채운다. 오는 5월 발표될 비트박서 ‘윙(28·본명 김건호)’의 첫 정규앨범 ‘도파민’ 얘기다. 윙은 지난해 발표한 동명의 곡 ‘도파민’으로 비트박스를 하나의 음악 장르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윙의 입술 끝에서 탄생한 이 곡의 뮤직비디오는 올해 3월 기준 유튜브 조회수 4500만회를 돌파했다. 오는 17일엔 또 다른 앨범 수록곡 ‘페노메논(Phenomenon)’을 선공개한다.
앨범 프로듀싱은 윙과 같은 비트박스 그룹 ‘비트펠라 하우스’의 멤버인 ‘히스(25·본명 오현서)’가 맡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비트박스계의 월드컵으로 통하는 ‘그랜드 비트박스 배틀(GBB)’ 태그 팀 부문에 출전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9일 중앙일보 상암사옥에서 만난 둘에게 비트박스의 매력을 물었다. “부모님의 반대, 가난할 거라는 주변 걱정 빼곤 다 좋다”(히스)며 웃었다. 청춘이었다.
Q : 요즘 하루 일과는.
A : “밤샘 작업하느라 새벽 6시에 집에 간다. 그러고는 오후 2~3시쯤 연습실에 나가서 목을 풀고 연습을 한다. 오전에 공연하면 잠을 거의 못 자고 무대에 선다.”(윙)
Q : 준비 중인 정규 앨범을 소개한다면.
A : “‘도파민’이 메인 타이틀이자 수록곡 제목이다. 11개 트랙 모두 비트박스 솔로다. 내가 도파민이 돋는 순간, 누군가가 도파민이 돋을 때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윙)
Q : 대한민국 최초의 비트박스 솔로 정규 앨범(2019)을 낸 게 히스다.
A : “고등학생 때다. 물론 망했다.(웃음) 나도 정규앨범을 준비 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음악을 담아낼 것이다.”(히스)
지금이야 대한민국 최고의 비트박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시작이 순탄치는 않았다. 윙은 학창시절 “비트박스는 취미로만 하라”는 부모님의 채근에 대학 입학까지 했다가 휴학했다. 히스도 국내 대회 우승을 한 후에야 부모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Q : 언제 비트박스를 시작했나.
A : “초 6때 사촌형이 비트박스를 하는데 멋있어 보여서 시작했다. 그땐 유튜브도 없어서 동영상 플랫폼 ‘판도라 TV’ 같은 곳에서 영상을 찾아 거울을 보며 따라했다. 처음 ‘북치박치’ 소리 내는 데 2개월 걸렸다.”(윙)
“중 2 때 같은 반 친구 따라 시작했다. 우리 땐 독학 말곤 선택지가 없었다. 온라인 카페에서 만난 아마추어들과 연습하고 대회도 나가며 컸다. 그맘 때 쯤 건호 형(윙)도 만났다.”(히스)
Q : 비트박스의 어떤 점이 좋았나.
A : “내 입을 뚫고 소리가 나올 때의 쾌감을 맛보면 빠져나올 수 없다. 일론 머스크가 와서 5조 줄테니 ‘도파민’ 연주할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한들 가능하겠냐. AI도, 로봇도 대신 못한다. 계급장 떼고 노력한 만큼 소리 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다.”(윙)
이들의 앞으로 목표는 정규 앨범으로 빌보드 어워즈에서 수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윙은 “나는 앞으로도 (단순 기술자가 아닌) 예술가로 살아남고 싶다”고 설명했다. “비트박스는 지금도 새로운 소리, 형식이 계속 탄생하는 장르다. 앞으로는 또 다른 클래식이 될 거다. 언젠가, 누군가가 인생의 한 순간에서 반드시 떠올리게 되는, 그런 음악을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