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직장인 A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불법 사금융업자 7명으로부터 최고 연 5200%에 이르는 초고금리로 총 1000만원을 빌렸다. 원금 중 750만원을 갚았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웠고 밤낮없이 추심에 시달렸다. 견디지 못한 A씨가 금융감독원에 신고하자 곧바로 업자들에게 경고 문자가 발송됐고, 추심도 중단됐다. 일부는 계약이 무효라고 인정하며 원리금을 돌려주겠다고도 했다. A씨는 이후 채무조정 등 제도권 대출 관련 상담도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 A씨 사례처럼 불법 추심 피해자가 한 번만 신고하면 금융당국이 즉각 차단에 나선다. 9일 금융위원회는 추심 중단부터 법률 상담, 수사 의뢰, 피해복구까지 지원하는 원스톱 지원시스템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피해자가 피해 구제 단계마다 당국·경찰·지방자치단체 등에 각각 신고하고 증빙 자료를 직접 준비해 여러 번 설명해야 했다. 절차가 복잡하고 신고 뒤에도 추심이 이어져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종합적인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피해자가 어떤 기관에 신고하더라도 서민금융진흥원의 통합지원센터에 접수돼 전담자가 배정된다. 전담 인력이 소속된 신용회복위원회가 신고 당일 불법사금융업자에게 경고 문자를 보내 추심 중단을 요구하고, 금감원도 추가로 경고에 나선다. 금융위 관계자는 “불법사금융업자 대다수가 신용회복위·금감원·경찰 등 개입을 인지하면 추심을 바로 중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불법 추심에 이용된 차명계좌·전화번호·SNS 등이 신고 접수 1~2주 안에 차단된다. 특히 금감원은 신고가 접수된 계좌에 대해 고객확인을 강화하고 대포통장으로 의심될 경우 즉시 거래를 종료시킨다. 이후 당국으로부터 대부계약 무효확인서를 발급받거나 법률구조공단에서 연계해준 변호사에게 법률 상담과 조력도 받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찰 수사로 범인이 검거되면 원리금 반환 소송 등으로 범죄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정부는 연 이자율 60%를 초과하는 대부계약은 무효로 할 수 있도록 대부업법 개정을 추진했다. 같은 해 12월 이재명 대통령도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불법 사금융 단속을 위해 금감원에 특별사법경찰이 필요하다”며 관련법 개정을 주문한 바 있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 특별단속 결과 피해 규모는 2024년 187억원(1977건)에서 1년 새 309억원(3365건)으로 증가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한 사람이라도 더 빨리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증빙자료 준비 완료 전에라도 시급한 추심은 중단하는 등 보완책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