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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마켓 나우] 넷플릭스의 철수, 파라마운트의 승부수

중앙일보

2026.03.0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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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지난 2월 26일,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WBD) 인수를 공식적으로 철회했다. 넷플릭스는 CNN 등 케이블 부문을 제외한 스튜디오와 스트리밍(HBO 맥스) 부문만을 주당 27.75달러(총 약 827억 달러)에 인수하려 했다. 그러나 파라마운트-스카이댄스가 전체 사업 부문 인수를 조건으로 주당 31달러(총 1110억 달러)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것이 판이 뒤집힌 결정적인 이유였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대표는 “있으면 좋은(nice to have) 자산이지, 반드시 가져야 할(must have) 자산은 아니다”라며, 가격을 더 높여 인수를 강행할 이유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결정으로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로부터 28억 달러(약 3조7000억원)라는 막대한 해약금을 챙길 예정이다.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뜨거웠다. 발표 다음 날인 27일, 넷플릭스 주가는 약 14% 급등했다. 대규모 M&A에 따른 재무적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다, 기존처럼 오리지널 콘텐트 투자 확대와 미식축구(NFL) 등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통한 성장 가능성이 다시금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수령할 해약금을 자사주 매입에 쓰겠다고 공표한 점도 주가 상승에 강한 동력을 제공했다.

파라마운트의 상황도 표면적으로는 나쁘지 않다. 발표 다음 날 파라마운트 주가 역시 20% 이상 폭등했다. 인수가 예정대로 완료되면 글로벌 미디어 시장이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주도하는 ‘플랫폼 진영’과 디즈니·NBC유니버설·파라마운트-워너가 버티는 ‘할리우드 진영’의 양강 대결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파라마운트의 성공적인 완주에는 여전히 걸림돌이 많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총 인수대금의 70~80%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가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이번 인수전을 막후에서 지휘한 래리 엘리슨 오라클 창업자가 400억 달러 이상의 개인 보증을 섰다는 사실은 이번 인수 구조가 내포한 위험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인수가 완료된 후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부채 리스크를 상쇄하려면 단기적인 시너지 창출이 필수적인데,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힐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파라마운트 측은 연간 60억 달러 규모의 시너지 창출을 장담하고 있으나, 거대 조직 간 통합(PMI) 과정은 늘 예상보다 험난하고 성과는 더디기 마련이다.

결국 넷플릭스가 무리한 경쟁을 피해 실리를 챙긴 진정한 승자가 될지, 아니면 파라마운트-워너가 난관을 극복하고 시장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거듭날지가 향후 미디어 산업의 장기적인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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