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의 설 자리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말부터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직접 포문을 열었다. 정부와 여당도 후속 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시장은 움찔했다.
다주택자 규제는 노무현·문재인 정부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결이 다르다. 노·문 정부가 양도세·종부세 등 세금으로 압박했다면 이 대통령은 돈줄과 퇴로를 동시에 조이고 있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대출 연장 제한,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까지 거론했다. 세금만 올리던 방식에서 한 발 더 나갔다.
칼끝은 1주택자까지 향한다. 들어가 살지 않는 '투자용 1주택'이다. 이 대통령은 투자용의 절세 방안으로 꼽히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손질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장기보유특별공제는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을 깎아주는 제도다. 원래 '단타' 투기 억제를 위해 만들어졌다. 1989년 노태우 정부 때 양도세 누진세율과 함께 도입됐다. 장기 보유를 유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이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겨냥하면서 실수요 기준선이 분명해졌다. '거주 1주택'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의 규제가 다주택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대통령은 매물 증가를 노리고 있다. 다주택자와 비거주 1주택자의 집을 시장에 나오게 하겠다는 계산이다. 매물이 늘면 가격 상승세를 꺾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하락 압력까지 만들 수 있다.
시장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2월 말 이후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의 아파트값이 앞장서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마지막까지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 알짜 매물까지 호가를 낮춘 급매물로 시장에 나오고 있다. 집값이 워낙 많이 올라 5월 10일 부활하는 양도세 중과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대출 연장이 막히고 임대사업도 어려워진다.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사방이 막혀 다주택자가 버틸 자신이 없다.
증여도 쉬운 선택지는 아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확대되면서 전세를 끼고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부담부증여를 할 수 없다. 시세만큼 세금을 내야 해 부담이 작지 않다. 게다가 집값 상승 기대도 꺾이고 있다. 증여는 집값이 내리기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될 때 많다. 세금을 줄일 수 있어서다.
이 대통령이 직접 전면에 서서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는 실거주 1주택 중심으로 시장 질서를 다시 짜겠다는 신호다. 이제 공은 정부와 국회로 넘어갔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실제 제도로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