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 풍경이 바뀌었다. 석·박사급 연구원이 일주일 매달리던 분석을, 인공지능(AI)이 몇 시간 만에 해낸다. 그렇다고 나는 아직 조교를 줄이지 않았다. AI를 활용해 더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AI를 많이 활용하는 분야 종사자들은 “자신이 곧 대체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반면 AI의 침투가 크지 않은 분야에서는 “내 영역은 AI가 대체할 수 없어”라고 안심하기도 한다. 이에 관해 경제학자들은 2025~2026년에 실증 연구 20여 편으로 답했다. 이를 소개한다.
“인간 전문성 살리는 ‘친노동적 AI’를”
고용 변화 실시간 추적 인프라 만들고
청년고용 기업에 세제 등 인센티브를
로봇세·디지털세 등으로 과실 나눠야
AI 충격 이미 시작…조용히, 청년부터 전체 노동시장 지표는 아직은 평온하다. 덴마크인 2만5000명을 3년간 추적했다. 소득·근무시간 모두 변화가 없었다(Humlum &Vestergaard, 2025). 앤트로픽(Anthropic)도 3월 5일 자사 AI인 클로드(Claude) 사용 데이터와 미국 각종 노동 통계를 결합해 ‘AI 노출도’를 측정했다(Massenkoff & McCrory, 2026). AI 노출이 높은 직종의 실업률은 저노출 직종과 다르지 않았다.
왜 그럴까? 세 가지 이유다. 첫째, AI를 도입했지만 활용이 미비하다. 4개국 경영진 6000명 조사에서 AI 도입률은 70%인데 경영진의 주당 평균 사용시간은 1.5시간에 불과했다(Yotzov, Ivan, et al., 2026). 둘째, 개인이 빨라져도 산출은 당장 늘지 않는다. 가령 AI 코딩 도구 도입 후 개인 생산성은 8~9% 향상됐지만, 기업 전체의 산출량과 고용에는 변화가 없었다(Chen&Stratton, 2026). 셋째, 이론과 현실의 차이도 크다. AI는 이론상 컴퓨터·수학 분야 업무의 94%를 처리할 수 있다. 하나 실제 현장 커버율은 33%에 그쳤다(Massenkoff & McCrory, 2026).
AI 혁명이 성과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공백이 지금이다. 그런데 왜 불안한가? 궁극적으로는 대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이터는 청년 고용에 먼저 경고를 보내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직종에서 22~25세 고용이 약 20% 감소했다. 반면 30세 이상은 6~13% 성장했다(Bry njolfsson et al., 2025). 같은 직종, 같은 시점인데 방향이 정반대다. 앤트로픽의 최근 연구도 22~25세 청년 중 AI 노출 직종 신규 취업률은 14% 감소했지만, 25세 이상에서는 이 패턴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Massenkoff & McCrory, 2026, 그래픽). 한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3년간 청년층 일자리가 21만1000개 감소했다. 이 중 98.6%가 AI 고노출 업종에서다. 반면 같은 업종에서 50대 일자리는 20만9000개 증가했다(한국은행, 2025).
AI발 노동시장 변화는 해고가 아니라 채용 감소를 통해 작동한다. 기업은 기존 직원을 못 자른다. 대신 새로 뽑지 않는다. 피해는 아직 취직 못 한 청년에게 집중된다. 임금도 마찬가지다. AI 채택 후 주니어 인력은 7~12% 감소, 시니어는 6% 증가했다(Hosseini & Lichtinger, 2025). 주니어 초임은 6.3% 하락했고, 시니어 임금은 소폭 상승했다(Azar et al., 2025). 연차 편향적 기술변화, 이례적 현상이다.
같은 AI, 다른 결과 AI가 상담원 대신 답변하면 고용이 줄고, AI가 상담원을 도와주면 고용이 유지될 수 있다. ‘자동화’ 직종에서는 청년 고용 감소, ‘보강’ 직종에서는 8~12% 성장한다(Brynjolfsson et al., 2025). 결국, 어떻게 쓰느냐가 실업의 강도를 결정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도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Acemoglu et al, 2026). 지금 AI 개발은 지나치게 자동화에 치우쳐 있다. 기업의 유인이 인건비 절감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AI의 활용이 인간의 전문성을 더 가치 있게 만들고 새 과업을 창출하는 ‘친노동적 AI’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노동시장을 체계적으로 실시간 들여다봐야 한다. 앤트로픽 연구진이 노동시장 변화의 신호를 분석한 이유는 각종 노동시장 통계를 실시간 연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는 이러한 인프라가 아직 없다. 고용보험 DB, 워크넷 채용공고, 사업체 패널을 연계해 AI 노출도별 고용 변화를 분기마다 추적해야 한다. 정교한 경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청년들이 이 상황을 혼자 감당하게 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신입 채용을 유지하거나 인턴십과 견습을 늘리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다. 연구 결과, ‘보강형 AI’를 쓰는 직종에서는 청년 고용이 오히려 늘었다(Brynjolfsson et al., 2025). 청년이 현장에서 배울 기회를 잃으면, 10년 뒤 우리 산업의 중간 허리가 비어버리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셋째, 과실을 적극적으로 나누어야 한다. AI 도입으로 기업은 생산성이 1.4% 상승하고, 고용은 0.7%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Yotzov et al., 2026). 이익은 기업이 가져가고, 비용은 사회 전체가 부담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불평등이 가속화 할 우려가 있으므로 로봇세, 법인세 강화, 디지털세 등을 통해 AI의 과실을 적극적으로 나누어야 한다.
넷째, 재정 시나리오를 미리 세워놔야 한다. 실업률 10%·30%·50%일 때, 출산율이 오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기대여명이 90세를 넘을 때 등 상황 별로 각각 소득보장 재정이 얼마나 필요한지, 어떻게 충당할지 복안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위기가 닥쳤을 때 설계할 시간이 없다.
기술 변화는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AI 경쟁에서 앞서가는 나라일수록 더 큰 파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실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비용을 모두가 나눠야 한다면, 정의롭지 않다. 다가올 충격을 공동체가 함께 흡수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구체적인 사회 제도를 설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