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석 달도 남지 않았다. 지난해 6·3 조기 대선에서 승리해 여당으로 변신한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 흐름대로라면 지방권력까지 석권할 기세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에 이어 이재명 정부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당이 창출한 네 번째 정권이다. 지금 민주당 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이미 장악했고, 위헌 논란이 들끓은 '사법 3법' 강행 처리로 사법부까지 쥐락펴락한다. 삼권분립이 흔들리면서 민주주의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위태롭다.
윤석열 이어 장동혁, 도우미 역할
트럼프·김정은도 결과적 도움 줘
절대 권력엔 민심의 역풍 불수도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에 크게 밀렸던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역대급 막강 여당이 된다. 민주당 정책 지지 여부와 의원들의 실력·도덕성을 별개로 하고 보면 참 운 좋은 정당이란 생각이 든다. 정치적 대운(大運)을 잡고 순풍에 돛 단 듯 질주하는 민주당 정부를 결과적으로 도와 온 '숨은 우군(友軍)' 셋을 꼽아 보자.
첫 주인공은 국민의힘이다. 민주당의 야당 복은 역대급이다. 국민의힘이 배출한 검사 출신 첫 대통령 윤석열은 2024년 22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민주당의 선거대책 본부장'이란 비아냥을 들었다.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한 상황에서 개념 없이 대파를 들고 흔들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고, 의대생 2000명 증원 카드로 보수 성향 의료인들까지 등 돌리게 했다.
기행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임기가 절반가량이나 남은 상황에서 급기야 위헌적 12·3 비상계엄으로 파면당하면서 권력을 민주당에 헌납하듯 했다. 운 좋게 벼락 여당이 된 이후 민주당의 야당 복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릴레이로 키워온 모양새다. 어제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서 탈당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에 반대한다는 '절윤(絶尹) 결의문'을 채택했지만, 선거용 꼼수라면 민주당의 야당 복은 지속될 거다. 내부 분열로 망가지는 국민의힘을 민주당은 "내란 정당"이라 공격하지만, 민주당의 장기 집권에 큰 도움을 주는 고마운 국민의힘의 해산을 속으론 전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정부에 행운을 더해 주는 둘째 주인공이다. 그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관세전쟁 등 충격적 조치들로 놀라게 할 때마다 이 대통령이 뒷수습하는 양상이 반복됐다. '행정 경험이 많은 유능한 소방수' 이미지를 얻으면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한국갤럽)까지 치솟았다. 정청래 대표가 수시로 '명·청 분란'을 일으켜도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을 압도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부정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 정부에 본의 아니게 도움을 주는 셋째 주인공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당 9차 당대회에서 "한국의 현 정권이 겉으로 표방하는 유화적인 태도는 서툰 기만극이고 졸작"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대남 비방이지만, 남북 교류의 문을 걸어잠근 김 위원장의 쇄국 정책은 역설적으로 민주당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앞서 문재인 정권은 저자세로 일관하면서 북한의 핵무장에 시간만 벌어줬다. 그런데 지금은 북한이 아예 대화의 문을 닫았으니, 접촉 시도 기회부터 차단돼 실패 리스크도 없는 셈이다.
민주당이 '사법 3법'을 모두 강행 처리한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이란을 겨냥해 방아쇠를 당겼다. 전쟁 쇼크 때문에 사법 3법의 위헌 이슈가 여론의 후순위로 밀리는 와중에 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정청래 대표는 "운도 실력"이라며 희희락락할 수도 있겠지만, 요행이 언제까지 갈지 두고 볼 문제다. 정치적 행운은 구름 같아서 권력이 오만·교만·자만하면 언제든 급변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경계했다. 누구를 향한 메시지인지 아리송한데, 정 대표의 말처럼 "절대권력은 절대 망한다"는 역사적 교훈을 집권당이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