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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절윤’ 선언한 국민의힘, 선거용 꼼수로 끝나선 안 된다

중앙일보

2026.03.0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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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를 요구하는 일체의 주장에 명백히 반대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절윤’ 등의 구체적 표현은 없었지만 ‘윤 어게인’ 세력과 단절하고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한다는 취지의 선언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에게 상식으로 통하는 입장을 공식화하는 데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민주공화국 제1 야당으로서 헌법 수호라는 책무를 거론할 수 있는 출발점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결의문에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서도 “잘못된 계엄 선포로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는 입장이 담겼다. 결의문은 ‘국민의힘 의원 일동’ 명의로 작성돼 송언석 원내대표가 낭독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거부했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의원들의 총의를 존중한다”는 입장을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어제의 결의문 발표는 6·3 지방선거를 석 달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차갑게 등을 돌린 민심을 반영한 고육지책이었다. 국민의힘의 대표선수 격인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노선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후보 등록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국민의힘은 “대한민국도 국민의힘도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다시 태어난다는 자세로 국민과 함께 결연히 미래로 전진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결의문 문구에는 결연함이 느껴지지만, 많은 국민은 말로만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버릴 수 없다. ‘윤 어게인’ 세력과 실제로 절연하는 모습을 당의 정책과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여전히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지방선거 표심을 얻으려는 ‘면피 쇼’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의힘은 결의문에 “이재명 정권의 반헌법적 폭주와 사법 파괴를 저지하고 헌법 가치와 자유를 지키겠다”는 주장도 담았다. 숱하게 외치던 구호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함으로써 비로소 설득력을 갖기 시작했다. 결의문은 시작일 뿐, 보수 재건을 위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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