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가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동시에 뒤흔드는 ‘복합 쇼크’로 번지고 있다. 당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언장담과 달리 전쟁이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이 여파로 코스피는 어제 장중 한때 8% 넘게 폭락하며 5100선이 무너지는 급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0원에 근접했다. 국제유가도 서부텍사스유(WTI)가 장중 25% 가까이 치솟았고,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 선을 뚫고 올랐다. 세계경제가 중동발 ‘4차 오일 쇼크’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한국 경제를 엄습하고 있다.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어제 이미 L당 1900원을 넘어섰다. 원유 소비량 세계 7위인 한국은 그 대부분을 중동에서 들여온다. 이런 구조에서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곧바로 우리 산업과 가계에 파급된다. 특히 고환율·고유가·고물가가 동시에 진행되면 기업 비용 부담이 커지고 소비 위축이 뒤따르며 경기가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 이른바 ‘S 공포’, 즉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현재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탄탄하지 않다. 정부가 올해 2%로 제시한 성장률 전망은 대체로 배럴당 60달러대 초반의 국제유가를 전제로 한다. 고유가 상황이 한두 달 이상 이어질 경우 물가 상승과 실물 경기 냉각이 동시에 나타나는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
위기에 대처하는 정책 대응은 현실적이어야 한다. 어제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100조원 규모로 마련돼 있는 시장 안정 프로그램 확대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주 안에 석유류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상 상황에선 비상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인위적 가격 통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만큼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외부 충격에 큰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과 운송·물류 업종 등 직접 타격을 받는 부문에 선별적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대체 공급선 신속 발굴 등 구조적 대응도 서둘러야 한다. 전쟁의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부가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 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