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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차 돌려내라" 대학생 옆방 손님 잠 못 이룬 사연

중앙일보

2026.03.09 13:00 2026.03.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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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나노바나나
A 대학은 지난달 충북의 한 대형 리조트에서 ‘새터(새로배움터)’로 불리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 행사를 열었다. 하지만 “늦은 새벽까지 시끄러워 잠을 잘 수 없었다”는 투숙객들의 경험담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되면서 민폐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투숙객 B씨는 “연차 쓰고 내 돈 들여 여행 왔는데 이틀 내내 시끄러워 잠도 못 잤다”며 “대학생 OT라고 봐주고 이해해줘야 하는 것이냐”고 밝혔다.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기 자취를 감췄던 1박 2일, 또는 2박 3일의 ‘숙박형’ 신입생 OT가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재개되면서 논란을 낳고 있다. 대학 소속감을 고취하고 학교생활에 도움이 되는 젊은 문화라며 반기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각에선 학생들마저도 참석을 꺼린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공존한다.

수도권 소재 C대학은 코로나 등으로 수년간 중단했던 2박 3일 일정의 신입생 OT를 지난해부터 재개했다. 안전사고에 대비해 숙소 및 차량에 안전요원을 배치했고, 행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대학 측은 “입학 전 단체활동을 통해 소속감을 고취하고 원활한 학교생활 적응을 위해 선배와의 만남 등을 원하는 학생들 요구가 많아 OT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갈린다.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인 25학번 D씨는 “작년 OT 때 선배, 동기들과 친해져 대학생활이 수월했다”며 “후배들도 대학생활 동안 딱 한 번만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올해 OT에서 할 수 있는 단체 게임 등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 사이에선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개인적 성향이 강하고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젠지(Gen Z·1997~2011년 출생자를 지칭)' 학생들에겐 처음 만나는 이들과의 2박 3일 단체생활이 달갑지만은 않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엔 지난달 “OT 꼭 참석해야 하냐”는 예비 대학생들의 질문이 다수 올라왔다. 코로나 시기 입학한 대학생 E씨(22학번)는 “비대면 OT 해도 대학생활 적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굳이 밤새 술 먹고 노는 자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일부 대학은 안전사고 우려와 비용 부담 때문에 숙박형 OT를 꺼리는 분위기다. 실제 2017년 전남 나주에서 진행된 한 대학 OT에서는 과자 빨리 먹기 게임을 하던 한 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대학가에선 수강신청이나 캠퍼스 투어 등 필요한 사항을 안내하는 수준에서 숙박 대신 입학식 당일 하루짜리 OT를 진행하는 학교도 많은 편이다. 교육부도 가급적 1일 이내에 신입생 OT를 완료하도록 하고 학생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하는 등 내용을 담은 안전 매뉴얼을 매년 대학에 안내하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명예교수는 “대학 신입생 OT는 개인주의를 선호하고 단체생활에 익숙치않은 요즘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길러줄 수 있는 긍정적 활동”이라며 “모든 대학 구성원이 시민의식과 안전교육을 바탕으로 성숙하고 실용적인 대학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람([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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