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가 9일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여론조사상 지지율 1강 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이 이날 출마를 공식 선언하자, 결선 투표를 노리는 경쟁 주자들이 일제히 견제구를 던지며 ‘쉽지 않은 경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정 전 구청장은 이날 오전 8시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참배로 첫 예비후보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지난 4일 구청장직을 사퇴한 그는 “DJ(김대중) 정신을 이어받아 서울의 미래 경쟁력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칭찬으로 단숨에 지지율 1위에 오른 정 전 구청장은 이후 석 달 간 진영 내에서 1강 구도를 굳혀왔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항마로 자리매김했다는 게 여권의 대체적 평가다.
이날 출마 선언문에서도 정 전 구청장은 자신이 “오세훈의 시정 10년을 끝낼 수 있는 단 하나의 필승 카드”라는 점을 내세웠다. 오 시장의 ‘강북 전성시대’ 구상을 겨냥한 듯 서울 서북권과 동북권을 새 업무의 중심축으로 키우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이날 정 전 구청장이 “일 잘하는 대통령 옆에는 일 잘하는 서울시장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와 손발이 맞는 서울시장”이라고 친명색을 강조하긴 했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의 그늘 아래서만 머무는 후보는 되지 않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캠프 관계자는 “열린우리당 시절 국회보좌진협의회 회장을 맡은 이력에서 보듯 정 전 구청장은 여의도 정치 근육도 상당부분 갖췄다”고 했다.
이미 당내 후보군 경쟁에서 “정치·행정 경험이 성동구 구정에 그친다”는 견제가 만만치 않은 만큼 경선 단계에서부터 확장성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첫날부터 DJ묘역을 찾고, 오후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으로 내려간 것 역시 이런 판단의 결과라고 한다. 선대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이해식 의원과 총괄본부장 채현일 의원 등이 이날 정 전 구청장과 동행했다.
경선 경쟁자인 김영배·박주민·전현희 의원은 1강 후보를 겨냥한 치열한 2위 싸움에 돌입했다. KBS·케이스탯리서치가 지난달 10~12일 18세 이상 서울시민 801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조사한 결과 정 전 구청장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에서 34%로 압도적 선두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 의원(8%)과 전 의원(2%), 김 의원(1%)은 한자릿수에 머물렀다.
그래서 세 후보는 ‘정원오 견제’에 불을 붙이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한 공연장에서 연 출마선언식에서 “오늘 오전 행정 경험을 자랑하시는 한 후보의 출마 선언문을 봤다”며 “행정 경험의 소중함은 저도 알지만 지금 서울에 필요한 것은 행정 경험이 전부인 ‘관리자’가 아니다”라고 정 전 구청장을 직격했다.
경선 구도를 흔들기 위한 토론회 변수 확대도 요구 중이다. 전현희 의원이 이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예비 경선 전 온라인 토론을 한 번만 한다”며 “한 번의 토론으로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후보를 당의 대표 선수로 뽑는 것은 너무나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사실상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후보의 경우에는 실제로 여론조사에 의해서만 선거운동을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공관위는 서울시장 예비후보 5명을 대상으로 23~24일 예비 경선(당원 조사 100%)을 거쳐 경선 진출자 3명을 추릴 방침이다. 이후 본경선에서 과반 득표가 없을 경우, 결선 투표를 한번 더 치르는 방식으로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서울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 “남은 기간 지금의 지지율 차이에 큰 변화가 없다면 결국 2위 싸움이 경선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차석 싸움에 승부를 걸어야 그 다음 변수도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