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왕즈이(26·중국)가 '10전 11기' 끝에 안세영(24, 삼성생명)을 잡아내며 대회 최대 이변을 썼다. 중국 언론에선 안세영의 승리를 점쳤던 한국 언론에 망신을 안겼다고 주목했다.
중국 '넷이즈'는 9일(한국시간) "경기 전부터 안세영이 이미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는 등의 과장된 기대와 주장은 왕즈이의 승리로 빛을 잃었다. 이는 한국 언론의 오만한 보도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라고 조명했다.
여자 단식 세계 2위 왕즈이는 같은 날 영국 버밍엄의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2026 전영 오픈(슈퍼 1000)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1위 안세영을 게임스코어 2-0(21-15 21-19)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 왕즈이로서는 마침내 안세영의 벽을 넘어서면서 일궈낸 우승이기에 더욱 뜻깊었다. 그는 이번 경기 전까지 안세영과 22차례 만나 4승 18패로 절대적 열세였다. 게다가 최근 10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패하며 번번이 준우승에 그쳤던 만큼 승리가 더욱 간절했다.
[사진]OSEN DB.
왕즈이는 지난해 12월 월드투어 파이널스에서 안세영에게 패한 뒤 참았던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는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안세영을 상대로 플레이하는 건 언제나 거대하고 힘든 도전이다.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와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겠다. 그냥 한번 부딪혀 보겠다"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왕즈이는 초반부터 안세영을 몰아붙이며 생애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만약 안세영이 이번 경기에서 승리했다면 공식전 37연승을 달리며 한국 선수 최초로 전영 오픈 2연패와 3회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이번엔 왕즈이에게 막히고 말았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왕즈이는 두 팔을 높이 들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기 후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안세영을 상대할 때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긴 랠리를 끝까지 버티지 못했을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해냈다. 그래서 그녀에게 실수가 나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그는 "오늘 코트에 서서는 과거 전적을 생각하지 않았다. 오직 다음 한 포인트에 집중하려 했다"라며 "안세영은 매우 안정적이고 정말 놀라운 선수다. 항상 매우 높은 수준의 경기를 한다. 그녀를 상대하려면 난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고, 내 전술에 완전히 집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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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매체는 이번 승리로 한국의 큰코를 다치게 했다고 강조했다. 넷이즈는 "왕즈이는 안세영의 36연승 기록도 끝냈다. 아울러 중국 여자 단식은 7년 만에 전영오픈 우승을 되찾았다. 왕즈이의 이번 우승은 경기 전 지나치게 자신만만했던 한국 언론을 제대로 '망신 준' 결과"라고 전했다.
매체는 "남자 축구를 제외하면, 한국 스포츠에서 세계 최강의 지위를 자랑할 만한 종목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안세영 같은 현상급 스타가 등장한 이후, 한국 언론은 큰 대회가 열릴 때마다 한계를 모르는 찬양 기사와 온갖 미사여구를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짚었다.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건 한 매체에서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 사용한 "중국은 이미 포기했다, 안세영의 연승 기록이 끝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 네티즌 댓글을 인용해 쓴 "왕즈이가 결승에서 안세영을 상대로 15점만 따도 성공" 등의 제목이었다.
넷이즈는 "전체적으로 자기 과시와 과도한 자신감에 빠진 듯한 분위기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왕즈이는 두 게임을 연속으로 따내며 안세영 상대 10연패의 그늘을 완전히 털어냈고, 통쾌한 반전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는 경기 전 끝없이 이어지던 과장된 찬양과 자신감을 쏟아냈던 한국 언론에 대한 강력한 반박이 됐다"라고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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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안세영은 경기 후 "버밍엄에서 잘 즐기고 돌아간다. 부모님과 팬들에게 죄송하다. 오늘은 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라며 "더 강해져서 코트 위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BWF 인터뷰 진행자는 "당신은 여러 소녀와 팬들에게 영감과 기쁨을 준 사람이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안 된다"라고 격려했다.
오랜만의 준우승에 안세영이 더 아쉬워한 이유도 있었다. 이날 그의 부모와 조부모가 비행기를 타고 버밍엄까지 날아와 경기를 직관했기 때문. 이 때문에 감정이 더욱 북받친 것으로 보인다.
안세영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오늘은 아쉽게도 날이 아니었다. 나도 최선을 다했지만, 상대 선수가 더 좋은 경기를 펼쳤다. 왕즈이 선수의 전영오픈 첫 우승에 축하를 전한다"라며 담담히 패배를 받아들였다.
또한 그는 "그래도 버밍엄에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이번 경기를 돌아보며 더 발전할 부분들도 많다. 경기장에서 함께해 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 여러분의 응원이 항상 큰 힘이 되고 저를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다음에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라고 대회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