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X맨’ 등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최근 피고인에게 일부 유죄를 판단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되돌려보냈다.
피고인 A씨는 2019년 3회에 걸쳐 “B씨가 시공사 X맨”이라고 말하는 등 피해자 B씨를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와 B씨는 2019년 4월경부터 함께 인천 소재 한 아파트 입주예정자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사이로, 같은해 7월엔 각각 아파트 동대표로 선출됐다.
이후 A씨와 B씨를 포함한 동대표들은 입주예정자 비상대책위원회 측에 회비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로 결정했고, B씨가 해당 내용이 담긴 글을 작성해 인터넷 카페에 게시했다. 갈등은 B씨가 입주예정자 비상대책위원회 부회장과 따로 연락한 후 돌연 게시글을 삭제하며 시작됐다.
A씨는 B씨가 다른 동대표들과 상의 없이 게시글을 삭제하고, 부회장과 나눈 내용에 대해 합당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비대위 안에 X맨이 B씨였다. 이제 생각해보니까 다 퍼즐이 맞아가지고 지금 소름이 끼친다” “B씨가 시공사 X맨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1·2심은 모두 A씨를 유죄로 판단하고 50만~70만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주변의 평가를 저하시킬 위험과 공연성 및 전파가능성이 있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X맨’이라는 표현은 피해자 개인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저하시키기에 충분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표현으로 모욕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하급심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X맨’이라는 표현은 조직 내부에서 반대세력을 돕는 사람을 비꼬는 정도의 의미로, 일상생활이나 언론 등에서 자주 거론되며 비교적 가볍게 사용되는 추상적 표현”이라고 판단했다. ‘X맨’이라는 표현이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또 대법원은 “A씨가 피해자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X맨’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피해자가 의혹을 해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였다 해도, 그것만으로 피해자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것이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