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난 9일 ‘절윤 선언문’을 발표하기까지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물밑에서 분주하게 조율 과정을 거쳤다. 명확한 ‘윤 어게인’ 반대 등 긴급 의원총회 개최 3시간 10분 만에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입장을 발표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사전 준비가 밑바탕이 됐던 것이다. “이번 의원총회도 맹탕으로 끝날 것”(3선 의원)이라는 우려가 무색했던 전격적인 절윤 선언은 어떻게 나온 걸까.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결의문은 송 원내대표가 주도했다. 송 원내대표의 절윤 선언 고민이 본격적으로 깊어진 시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직후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달 19일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가 나온 당일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헌정 질서를 위협하고 파괴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어떤 세력과도 단호히 선을 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음날 기자회견을 한 장 대표는 “1심 판결은 계엄이 내란이라는 주장을 뒤집지 못했다”며 상반된 메시지를 냈다. 국민의힘 투톱이 대놓고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다. 전국지표조사(NBS)와 한국갤럽,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에서 모두 지난해 8월 장동혁 대표 취임 이후 당 지지율 최저치를 경신했다. 장 대표를 향한 사퇴 압박과 노선 변화 요구 또한 거세졌다.
6·3 지방선거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벼랑 끝에 몰리자 송 원내대표는 지난주 초부터 시작된 ‘당 4역 회의’ 등에서 절윤 발표를 위해 장 대표와 물밑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 4역 회의’는 장 대표, 송 원내대표, 정희용 사무총장, 정점식 정책위의장이 지지율 추이 등을 살펴보고 지방선거 전략 등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장 대표와 가까운 조광한 최고위원, 두루 관계가 좋은 정점식 정책위의장도 같은 시기 ‘소주 회동’ 등을 하며 타개책을 의논했다고 한다.
결정적 계기는 지난 6일 금요일 저녁 ‘남양주 8인 소주 회동’이었다. 조 최고위원과 정 의장이 노선 변화 요구와 내홍 등을 해결할 방안을 찾기 위해 회동을 제안한 게 발단이었다. 남양주는 조 최고위원이 과거 시장을 지냈던 지역이다. 남양주 회동에는 장 대표, 송 원내대표뿐만 아니라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 김민수·신동욱·조광한 최고위원, 정 의장, 박수민 원내대표 비서실장이 참석했다.
남양주 식당에 모인 이들은 허심탄회한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대로는 지방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데는 대체로 뜻이 같았다. 문제는 각론이었다. 장 대표는 그간 강성 지지층의 분열을 우려해왔던 만큼 “결의문에 절윤으로 이해되는 내용이 들어가면 일부 당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송 원내대표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지만 지방선거를 치르고 당이 바뀌려면 감내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득했고, 결국 장 대표 또한 수용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10일 통화에서 “서로 속내를 다 털어놓은 끝에 장 대표와 송 원내대표가 감내할 수 있는 ‘최대 공약수’를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이 회동을 계기로 절윤 선언은 급물살을 탔다. 원내 지도부는 지난 주말부터 선언문 초안을 작성했다. 발표 시기도 당초에는 지난 8일 일요일을 고려하다가 의원들이 최대한 모일 수 있는 지난 9일 월요일로 바꿨다고 한다. 장 대표가 직접 선언문을 발표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의원총회의 결론은 원내대표 또는 원내대변인이 발표한다는 관례에 따라 송 원내대표가 읽었다. 결의문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복귀 명확히 반대 ▶12·3 비상계엄 사태 재차 사과 ▶당 안팎의 대통합을 통한 6·3 지방선거 승리 다짐이 담겼다.
이런 과정을 거친 만큼 국민의힘 지도부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요구로 절윤 선언문이 발표됐다”는 해석을 경계했다. 송 원내대표는 지난 9일 선언문 발표 뒤 취재진과 만나 “오 시장의 발언과는 무관하게 의총이 소집됐다”고 했다. 오 시장이 지난 8일 마감된 국민의힘 지방선거 후보 등록 신청을 거부하며 노선 변화를 요구한 것과 상관 없이 이번 절윤 선언이 준비돼왔다는 걸 강조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앞으로 선언문에 담긴 혁신 의지를 이어나가겠단 계획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서 선거대책위원회 등의 인사를 통해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