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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서양봉선화 꽃밭

Los Angeles

2026.03.09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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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김홍영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교회의 본당 건물과 다목적실 건물 사이에는 지붕 없는 통로가 있다. 그 통로 한쪽 끝에는 작은 꽃밭이 있다. 꽃밭에 화초가 늘 있었어도 사람들이 꽃밭으로 모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해 봄, 꽃밭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많은 꽃송이가 무지개 색깔로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꽃밭 주위로 모였다.  
 
초록 풀 줄기들이 수북하게 고래 등처럼 자란 위에 수백개의 주홍·흰색·빨간색·자주색 꽃들이 뒤덮었다. 화려함과 생동감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무심히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꽃을 바라보더니, 어느새 꽃밭 가장자리에 모여 서서 꽃을 감상하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꽃들이 화려할수록 사람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꽃 이름을 찾아보니, 서양봉선화(Impatiens)라고 한다. 꽃말이 짝사랑, 조급한 사랑이다. 화단 전체가 마치 거대한 한 송이 꽃처럼 웅장하게 보이니, 사람들이 꽃밭 주위로 모였다. 어느 날 의자 세 개가 놓였다.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꽃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누었다. 몇 주 뒤에는 의자가 붙은 테이블이 더 놓였다. 이어 정원용 엄브렐라 두 개가 설치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햇빛이 강한 한낮에도 화려한 꽃밭 옆 그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꽃이 공간의 분위기를 바꾸고,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쉼터를 만들어낸 것이다. 아름다운 꽃 색깔과 예쁜 모습, 꽃향기, 보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꽃에 끌리는 것 같다.  
 
그런데 꽃을 자세히 보면 신비하다. 어떻게 광합성이라는 기능을 통해 스스로 자랄까. 두뇌도 없고 생각도 없는 식물이 어떻게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꽃을 만들고, 향기와 꿀을 만들어 곤충을 부르고, 꽃가루 교배를 하여 씨를 만드는가?  
 
서양봉선화는 씨가 생길 즈음이면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꽃씨가 툭 튀어서 멀리 날아간다. 그렇게 씨가 퍼지고 해가 거듭될수록 꽃은 여러 곳에서 생명을 이어 간다. 도대체,  풀포기가 어떻게 모든 생물과 조화를 이루고, 영원을 항해 살아가는가?  
 
우리 인생도 꽃피는 사랑의 계절에 자녀들이 태어나고, 풀꽃들이 꽃씨를 만들어 미래를 살아가듯, 우리의 자손들이 미래를 살아간다. 꽃을 보면 무의식적으로 생명의 신비를 느껴 꽃에 끌리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한 권사님이 꽃밭에 물을 주고 계셨다. “권사님, 꽃밭에 예쁜 꽃들이 피게 만드셔서 사람들이 꽃밭으로 모여요!”  “꽃이 아름답게 피니 사람들이 모이고, 그러다 보니 의자도 놓이고, 테이블도 생기고, 엄브렐라도 세워졌지요.”
 
“어떻게 꽃밭을 그렇게 화려하게 만드셨어요?” “시행착오였어요. 올해는 또 무슨 꽃을 심을지 생각하고 있어요.”
 
권사님은 두 건물 벽에 새 둥지처럼 매달린 화분으로 가서 물을 주고 계셨다. 벽에 매달린 화분마다 핀 팬지 꽃들이 손으로 얼굴을 감싼 아이들처럼 웃고 있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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