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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사태에 경계심 드러낸 北...김여정 “적수국가들의 군사적 준동, 연습과 실전 따로 없어”

중앙일보

2026.03.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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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 노동신문, 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10일 상반기 정례 한·미 연합연습인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를 비판하는 담화에서 “횡포무도한 국제 불량배들의 망동”이라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이란 사태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한·미 연합훈련과 미국-이란 전쟁이라는 국제 정세를 자신들의 전략적인 이익에 맞춰 활용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은 이날 담화에서 “국제 불량배들의 망동으로 말미암아 전 지구적 안전 구도가 급속히 붕괴되고 도처에서 전란이 일고 있는 엄중한 시각 한국에서 강행되고 있는 미·한(한·미)의 전쟁 연습은 지역의 안정을 더더욱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담화는 표면상 한·미 연합연습에 대한 통상적인 불만 표출이었다. 김여정은 지난 9일부터 시행 중인 FS를 거론하며 “적수국가들”의 “상습적인 적대시 정책의 집중적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그럼에도 김여정은 “최근의 전 지구적인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을 비중 있게 거론했다. “적수국가들이 자행하는 야전 무력의 모든 군사적 준동에는 방어와 공격의 구분, 연습과 실전의 구별이 따로 없으며 그에 만반으로 임함에 있어서 맞대응 성격이나 비례성이 아닌 비상히 압도적이고 선제적인 초강력 공세로 제압해야 한다”라고 언급하면서다.

이는 미국의 이란 공습 및 수뇌부 제거 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여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적수 국가들’은 통상 미국과 동맹국들을 의미한다.

미국이 대이란 작전을 통해 압도적인 군사력을 과시하고 있는 만큼 한·미 연합연습과 이란 사태를 동일시하며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담화 내용이 9차 당대회에서 천명된 대미·대남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라면서 “한·미 연합훈련을 명분으로 더 고도화된 핵무력 증강 계획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미 연합연습은 북한의 남침 상황을 가정한 방어적 연습·훈련으로, 이란 작전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김여정은 이번 연합연습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1만 8000여 명에 달하는 양국 무력이 참가해…전 영역에서 열흘 이상 주야 간 발광적으로 감행되는 연습은 ‘군사놀이’가 아니”며 “침략적인 전쟁 시연”이라면서다.

그는 또 “그 무슨 대의명분을 세우든, 훈련 요소가 어떻게 조정되든 우리의 문전에서 가장 적대적인 실체들이 야합하여 벌리는 고강도의 대규모 전쟁 실동연습”이라고도 했다.

이는 정부가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지난해 8월 을지자유의방패(UFS) 이후 연합연습 기간 시행 되는 야외실기동훈련(FTX)을 대폭 줄였음에도, 남측의 조치가 ‘성에 차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김여정은 “적대세력들의 군사력 시위 놀음은 자칫 상상하기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라면서 “모든 가용한 특수 수단들”까지 거론했다. 유사시 선제 핵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미를 향한 위협 수위를 한층 더 높인 셈이다.

이번 담화는 김여정이 최근 노동당 9차 당대회에서 부장으로 승진, 체급을 높인 뒤 나온 첫 담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여정이 총무부장을 맡은 이후로도 기존의 대남·대미 정책 총괄 역할을 지속한다는 점을 알린 것”이라며 “당 중앙위 회의 준비 및 의전을 담당했던 총무부가 조직지도부나 선전선동부와 같은 전문부서 중 최상위 부서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이유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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