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소득 관계 없이 누구나 쓰도록”…공공시설에 ‘무료 생리대’ 비치한다

중앙일보

2026.03.09 21:5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공공시설에 무료 생리대를 비치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취약계층 청소년에게 생리용품 바우처를 주는 기존 지원 방식을 넘어, 필요한 순간 누구나 공공시설에서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넓히는 것이다. 지난 1월 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를 지적하며 “아주 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 무상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생리용품 지원 확대 방안을 보고하며 “지원 대상을 연령, 소득과 무관하게 생리대가 필요한 모든 여성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현행 바우처 지원 방식 외에 현물 지원을 병행해 여성 건강권을 제고할 뿐 아니라 생리대 물가 인하 효과도 도모하겠다”라며 “올 하반기 ‘공공생리대 드림’ 시범사업을 시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7월부터 12월까지 기초자치단체 10여곳을 선정해 주민센터ㆍ복지관ㆍ도서관ㆍ보건소ㆍ가족센터 등에 무료 생리대를 비치할 계획이다. 지역 특성에 따라 청년창업센터ㆍ지식산업센터ㆍ산업단지, 마을회관ㆍ복합문화센터 등에도 비치한다.

정부 방안은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서 출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해외 생리대보다 우리나라가 40% 가까이 비싼 것 같은데, 싼 것도 만들어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것 아니냐”고 말했다. 생리대 고급화로 가격이 높아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정부가 지원해주면 속된 말로 바가지 씌우는 데 도움만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 장관에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며 위탁 생산과 일정 대상 무상 공급 방안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현재 정부의 생리용품 지원은 취약계층 여성청소년에게 월 1만4000원의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은 9~24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청소년 등으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지원체계만으로는 대상과 방식이 제한돼, 실제 필요한 순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여성 청소년 등에 대한 청와대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리대 구매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은 69%, 생리용품 보편 지원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71%였다. 공공생리대 무상 비치에 찬성한다는 응답도 61%로 나타났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지난달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범사업은 지역 여건에 맞춰 주거지역ㆍ산업지역ㆍ농산어촌ㆍ혼합형 등으로 나눠 운영된다. 주거지역은 정주 주민 접근성을, 산업지역은 여성 근로자 접근성을, 농산어촌은 원거리 이용 편의성을 고려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착용감과 흡수력 등 이용자 선호를 반영해 비치 품목을 정할 계획이다.

운영 방식은 정부와 지자체가 역할을 나누는 구조다. 정부는 안전성과 품질 기준을 통과한 품목을 선정하고 단가 계약을 맡는다. 지자체는 공공시설 비치와 관리, 홍보를 담당한다. 무료 자판기를 중심으로 운영하되, 필요하면 현물 비치도 병행한다. 정부는 2026년 국비 30억원 안팎을 투입해 시범사업을 전액 국비로 추진한 뒤, 2027년 본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지방비 매칭을 검토하기로 했다.

성평등부는 공공 비치 방식이 생리용품 지원 사각지대를 줄이고, 바우처와 달리 필요한 시점에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여성 건강권을 높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해외에도 있는 제도”라고 언급했다.

스코틀랜드는 2020년 11월 공공시설에 무료 생리용품을 비치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고.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일리노이 등 최소 12개 주와 워싱턴DC가 학교 등에서 무료 생리용품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성평등부는 생리용품 지원 확대와 함께 스토킹ㆍ교제폭력 피해자 지원 강화 방안도 보고했다. 온라인상에 유포된 피해자 인적사항과 사진 삭제 지원을 추진하고, 재발 우려가 높은 피해자를 대상으로 경찰과 상담소가 함께 정기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교제폭력 피해자 지원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입법도 추진키로 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선 여성 경제활동과 경력단절 예방 대책도 함께 보고했다. 정부는 여성 정책의 초점을 단순 재취업 지원에서 생애주기별 경력개발과 고용유지 지원으로 넓힐 계획이다. 입직 초기 적응 지원, 임신ㆍ육아기 복귀 지원, 디지털ㆍAI 분야 직업훈련, 가족 친화적 일터 문화 확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