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카공화국 또는 베네수엘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라운드(8강)에 오른 한국의 다음 상대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9일(한국시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1라운드 C조 최종전에서 호주를 7-2로 꺾고, 일본에 이어 조 2위로 1라운드를 통과했다. 8강부터는 토너먼트다. C조 2위는 D조 1위와 맞붙는다. 14일 오전 7시 30분 미국 마애이미 론디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D조 조별리그는 끝나지 않았지만 8강 진출 팀은 가려졌다. 3연승을 거둔 도미니카공화국과 베네수엘라다. 두 팀은 12일 최종전에서 1, 2위를 가린다. 우승후보인 C조 1위 일본을 피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카리브해 히스파니올라 섬 동쪽에 위치한 도미니카공화국은 '야구의 나라'다. 인구는 1000만 명을 조금 넘지만 수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MLB)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은 선수(144명)가 뛰었다. 로스터 30인 모두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고, 28명이 현역 빅리거다. 감독은 MLB 통산 703홈런, 3384안타를 친 알버트 푸홀스다. 2013년 3회 WBC에서는 전승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도미니카는 우승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뉴욕 메츠와 15년 7억6500만 달러(약 1조1200억원)에 계약한 강타자 후안 소토를 비롯해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매니 마차도(샌디에이고), 케텔 마르테, 헤랄도 페르도모(이상 애리조나), 주니오르 카미네로(탬파베이), 훌리오 로드리게스(시애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샌디에이고) 등 올스타급 라인업을 꾸렸다.
조별리그 3경기에선 무려 홈런 9개를 때려냈다. 카미네로와 오닐 크루즈(피츠버그)가 2개씩을 때렸고, 게레로, 로드리게스, 소토, 타티스, 오스틴 웰스(뉴욕 양키스)도 한 번씩 손맛을 봤다. OPS(장타율+출루율)은 20개 팀 중 1위(1.180), 타율은 2위(0.348)다.
선발진은 원투펀치가 강하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2위 좌완 크리스토퍼 산체스(필라델피아), 2022년 사이영상 수상자 샌디 알칸타라(마이애미)가 1, 2선발이다. 첫 경기인 니카라과전(1과 3분의 1이닝 3실점)에서 부진했지만, 최고 시속 154㎞ 강속구와 수준급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산체스가 8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알칸타라는 베네수엘라전에 나선 뒤 결승에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이 아니라 한국을 상대하게 되면 준결승(미국 유력)을 대비해 산체스를 아끼는 전략을 쓸 수 있다. 이 경우 브라이언 베요(보스턴)와 루이스 세베리노(어슬레틱스)가 후보다. 베요는 이스라엘전에서 5이닝 1피안타 7탈삼진 1실점했고, 세베리노는 네덜란드 상대로 4이닝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했다.
불펜진은 화려하다. 지난해 MLB 세이브 1위(42개) 카를로스 에스테베스(캔자스시티)를 필두로 애브너 유리베(밀워키), 데니스 산타나(피츠버그), 카밀로 도발(뉴욕 양키스), 세란토니 도밍게스(토론토), 완디 페랄타(샌디에이고) 등 각 팀 필승조들이 포진했다.
하지만 타선에 비해 투수진의 무게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이창섭 해설위원은 "D조에선 도미니카 선수 구성이 제일 좋다.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타선으로 미국과 일본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타릭 스쿠발과 폴 스킨스, 로건 웹 등이 버티는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투수진이 약해 보인다. 투수들이 평균 정도만 해도 우승까지 갈 수 있다"고 평했다.
베네수엘라는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다. 남미지만 축구만큼 야구 인기가 높은 국가다. 지난해 메이저리거 숫자는 93명으로 도미니카공화국 다음을 많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은 5위로 도미니카(12위)보다 높다. 메이저리거들이 나서지 않는 대회에서 랭킹 포인트를 많이 따내긴 했지만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미국 베팅 사이트들은 개막 전 우승확률을 책정하면서 미국, 일본, 도미니카공화국 다음으로 베네수엘라를 평가했다. 최고 성적은 2009년 대회 4강이다. 당시 윤석민이 호투를 펼친 한국에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대회에선 8강에서 탈락했다.
간판타자 호세 알투베(휴스턴)는 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상해보험 승인이 거부돼 합류하지 못했다. 에이스를 맡아줘야 할 파블로 로페스(미네소타)는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통증을 느껴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올 시즌 뒤 MLB 은퇴를 선언한 미겔 로하스(LA 다저스)도 합류가 불발됐다. 하지만 지난 1월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 군사 작전으로 체포되는 과정을 겪었지만 여러 선수들이 대표팀에 참가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래도 타선의 힘은 강력하다.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와 지난해 49홈런을 친 파워 히터 에우제니오 수아레스(시애틀)가 버틴다. 아쿠냐는 10일 니카라과전에서 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잭슨 추리오(밀워키),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루이스 아라에스(샌디에이고), 윌슨 콘트레라스(세인트루이스), 윌리어 바레우(보스턴), 글레이버 토레스 등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타율 0.291을 기록하면서 21점을 뽑아냈다. 팀 OPS는 6위(0.870)로 한국(0.796)보다 높다. 이창섭 위원은 "방망이로는 베네수엘라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투수진은 도미니카에 비해 떨어진다. 지난해 12승을 거둔 레인저 수아레스(필라델피아), 9승을 올린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스(애리조나)가 원투펀치를 구성한다. 키움과 KT에서 뛴 엔마누엘 데 헤수스(등록명 헤이수스, 디트로이트)도 선발진 한 자리를 꿰찼다. 한국과 만난다면 수아레스를 선발로 내세울 듯하다. 대니얼 팔렌시아(시카고 컵스), 에두아르드 바자르도(시애틀), 호세 알바라도(필라델피아), 호세 부토(샌프란시스코), 앙헬 제르파(캔자스시티) 등 불펜진이 키를 쥐고 있다.
이창섭 위원은 "지난해 컵스 마무리였던 팔렌시아도 안정감이 떨어지고, 알바라도도 제구가 좋은 편은 아니다. 불펜엔 물음표가 달려 있다"고 했다. 이어 "도미니카는 미국과 일본도 피하고 싶은 팀이다. 두 팀 중에선 그래도 베네수엘라를 만나는 게 좋은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