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 논쟁이 공항 방위각 시설, 이른바 ‘로컬라이저 둔덕’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조류충돌과 복행(예정한 착륙을 하지 않고 고도를 높여 다시 비행하는 것)·재접근 등 운항 과정, 항공기 기체 결함 및 정비, 관제 대응, 공항 시설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사고인 만큼 전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감사원은 10일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무안공항 등 일부 공항의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이 국제 기준 취지와 달리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둔덕 형태로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에 활주로 중심선 정보를 제공하는 항행안전시설로, 국제 기준에서는 항공기 충돌 시 쉽게 파손되도록 설치해야 한다.
감사원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자료 등에 따르면 사고 항공기는 재작년 12월 29일 무안공항 착륙 과정에서 조류충돌 이후 복행해 반대편 활주로로 재접근했다. 이후 시속 374㎞ 속도로 랜딩기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착륙한 뒤 활주로 끝단 방위각 시설과 충돌하면서 대형 화재로 이어졌다.
국정조사 자료에는 둔덕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탑승자 전원이 중상 이상 피해를 입었고 직후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생존이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돼 있다.
다만 사고 원인을 둔덕 하나로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 범위에는 조류충돌 경위와 예방 활동, 조종사의 비상 절차 수행, 관제 대응, 항공기 기체 결함 및 정비, 방위각 시설 설치 기준 충족 여부 등이 포함돼 있다.
정윤식 항공안전연구소 소장은 “항공 사고는 특정 요인 하나로 설명되기보다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류충돌 여부와 조종사의 대응, 항공기 상태, 공항 시설 등 사고 전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사고 원인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류충돌 여부 역시 핵심 쟁점이다. 사고기 양쪽 엔진에서 수거된 시료는 가창오리로 확인됐다. 무안공항 인근에서는 최근 5년간 평균 44종, 약 1만2000개체의 조류가 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행과 재접근 등 운항 과정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사고기 조종사는 조류 발견 이후 복행을 시도했고 비상 절차 수행 과정에서 1번 엔진을 정지시킨 사실이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와 비행기록장치(FDR)를 통해 확인됐다. 다만 CVR에서는 ‘2번 엔진(Number 2)’이 언급됐지만 실제로는 1번 엔진이 정지된 것으로 나타나 당시 상황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복행 판단의 적정성도 분석 대상이다. 보잉 운항 매뉴얼에 따르면 접근 및 착륙 단계에서 조류충돌이 발생하면 상황에 따라 복행보다 접근을 계속하거나 착륙을 시도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기체와 엔진 자체 결함 여부도 아직 최종 결론이 난 상태는 아니다. 엔진전자제어장치(EEC) 자료에 따르면 과거 14회 비행과 마지막 비행에서 1·2번 엔진 모두 특별한 결함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조류충돌 이후 각 엔진의 손상 양상과 추력 변화는 추가 분석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아 있다.
김광일 신라대 항공운항학과 학과장은 “조류충돌 이후 항공기의 추력 변화가 실제 비행 성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복행 이후 재접근과 동체착륙 과정에서 조종사의 판단과 항공기 상태가 어떻게 맞물렸는지를 함께 분석해야 사고 경위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