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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재명 정부, 출범 후 76조 ‘한은 마통’ 썼다..."예외적 수단이어야" 비판

중앙일보

2026.03.10 00:53 2026.03.1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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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한국은행에서 약 76조원의 일시대출금을 끌어다 썼다. 정부가 돈이 들어오고(세입) 나가는(세출) 시기가 맞지 않을 때 마이너스통장을 쓰듯 중앙은행 자금을 단기간 빌린 건데, 예외적인 수단을 상시적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7월~12월까지 정부는 총 41차례에 걸쳐 누적으로 75조9000억원의 한은 일시대출을 이용했다. 일시대출은 정부가 재정 집행 과정에서 세입과 세출의 시차로 단기적인 자금 공백이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이 일정 기간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정부가 활용한 한은 일시대출 규모는 최근 몇 년 사이 가파르게 늘었다. 2021년 7조7130억원 수준이던 대출 규모는 2022년 34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에는 117조6000억원으로 세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2024년에는 173조원까지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법인세 인하 등 대규모 감세 정책을 추진하면서 세수 부족이 확대됐고, 이를 메우기 위한 일시대출 활용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2023년 10월 한은 국정감사 때도 진선미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무분별한 한은 일시차입은 사실상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국은행 대정부 일시대출금 현황



하지만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정부의 한은 일시대출 의존도는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1~6월 사이 40차례에 걸쳐 88조6000억원을 빌렸고, 7~12월에도 75조9000억원을 차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년 동안 일시대출 규모는 총 164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역대 최대였던 2024년(173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준이다. 다만 해당 차입금은 모두 상환돼 현재 남아 있는 대출액은 없는 상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는 정부의 중앙은행 차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일본 역시 국회의 의결을 거쳐야 가능하다. 한국 역시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직접 재정증권으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게 돼 있다. 재정증권은 세입·세출 시차 탓에 단기로 자금이 부족할 때 발행하는 채권인데, 통상 63일물로 입찰 공고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한은 일시대출은 금리와 절차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고 일 단위로 단기 차입이 가능하다. 이에 정부가 재정증권보다 비교적 손쉬운 수단인 한은의 일시대출을 일종의 마이너스통장처럼 사용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한은 일시대출 규모가 늘고 있다는 건 정부의 씀씀이가 늘어나는 속도를 세수가 제때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 때 단행된 대대적인 감세 조치로 이재명 정부도 세수 확보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일시대출은 통화가 증발하는 효과를 야기해 통화정책 운영과 물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권영세 의원도 “한은 일시 차입은 어디까지나 단기 유동성 대응을 위한 예외적 수단일 뿐, 재정 확대를 위한 편법으로 쓰여서는 안 될 것"이라며 “예외적 장치가 상시적인 재원 조달 창구로 변질하지 않도록 재정 운용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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