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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리콜 이력 배터리’ 숨기고 전기차 판매…과징금 112억원

중앙일보

2026.03.10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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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8일 오전 인천 서구 한 공업사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벤츠 등 관계자들이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전기차에 대한 2차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르세데스-벤츠가 화재 위험으로 리콜된 배터리 셀이 탑재된 사실을 숨기고 전기차를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벤츠 독일 본사인 메르세데스벤츠 악티엔게젤샤프트와 한국 총판매업자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배터리 셀 정보를 은폐·누락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두 법인에 과징금 112억39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공정위는 사건의 경위와 책임 소재에 대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두 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2023년 6월 전기차 모델 EQE와 EQS에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누락하고, 마치 CATL 배터리 셀이 탑재된 것처럼 기재한 판매 지침을 제작해 배포했다.

파라시스는 EQE가 한국에 출시되기 직전인 2021년 3월 중국에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한 이력이 있는 업체다.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 가운데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된 모델은 EQE와 EQS뿐이었다.

벤츠코리아와 독일 본사는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사용된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판매 지침에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벤츠가 CATL을 선택한 이유”, “업계 최고의 기술력”, “세계 시장점유율 1위” 등의 표현을 사용해 CATL 배터리의 장점을 강조하고, 배터리 제조사 관련 소비자 문의에도 CATL 배터리의 우수성을 강조하도록 딜러사에 안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내 딜러사들은 파라시스 배터리 셀이 탑재된 사실을 모른 채 CATL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설명하며 차량을 판매했고, 소비자들은 이를 믿고 차량을 구매한 것으로 공정위는 판단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사장이 2024년 8월 14일 오후 인천 청라아파트 전기차 화재현장을 방문 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거짓 또는 기만적인 방법으로 경쟁사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한 행위에 해당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정보 은폐는 벤츠가 차종별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기 전날인 2024년 8월 13일까지 이어졌다. 벤츠는 같은 해 8월 1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파라시스 배터리가 장착된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논란이 확산된 뒤에야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이 기간 파라시스 배터리를 사용한 벤츠 차량은 약 3000대 판매됐고, 판매 금액은 약 28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는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중요한 정보라는 점을 고려해 공정거래법상 최대 수준의 과징금 부과 기준율을 적용했다.

이번 제재는 자동차 제조·판매사가 전기차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를 은폐하거나 누락해 소비자를 기만한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이 배터리 정보에 속아 차량을 구매했다고 주장하는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도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공정위에는 해당 차량과 관련한 소비자 민원이 90건 이상 접수된 상태다.

벤츠가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한 이후 파라시스 셀이 탑재된 모델의 판매량은 CATL 셀이 탑재된 모델보다 크게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벤츠코리아가 딜러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응답자의 약 3분의 1이 차량 구매 시 배터리 셀 제조사 정보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CATL은 2024년 기준 세계 배터리 셀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반면 파라시스는 점유율 1∼2% 수준으로 주요 순위권 밖에 있는 업체다.

벤츠코리아는 입장문을 통해 공정위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측은 “조사 초기부터 관계 당국에 성실히 협조해왔으며 언론과 고객들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행정소송 제기 등 법적 절차를 통해 회사 입장을 계속 밝힐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재홍([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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