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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초읽기…정유사 공급가에 상한 두고, 매점매석 금지

중앙일보

2026.03.10 01:49 2026.03.10 0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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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앞둔 10일 오전 서울 성북구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한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공급이 줄지 않도록 ‘매점매석 행위 금지’도 함께 고시한다. 정부가 석유값을 직접 통제하는 건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정부는 이번 주 내 시행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법률상 필요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10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고시를 하려면 규제개혁 심사와 현장 조사를 해야 한다”며 “규제개혁 절차를 줄인다든지 해서 금주 내에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949.13원, 경유는 1971.18원이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달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1%, 경유는 18% 급등했다.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유가는 주요 7개국(G7)의 비축유 방출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전쟁 마무리 수순” 발언 등의 영향으로 80달러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당초 계획대로 이번 주 내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정유사 등이) 유류대금을 전쟁 발발 다음 날 바로 올려버려서 일주일이 훨씬 넘었는데, 최고가격제를 즉시 시행 못 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으며 관계부처에 재차 신속한 실행을 지시했다.

김영옥 기자

최고가를 설정하는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을 두는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 임대료·물류비 등 다양한 변수로 인해 가격 통제가 어려운 주유소 판매가 대신, 정유사 공급가에서부터 상한을 씌워 소비자가격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국내 정유사 공급가는 아시아 석유제품 기준 가격인 싱가포르 현물 시장 가격(MOPS)에 환율 등을 반영해 형성된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몇 주간의 MOPS에 일정 마진(차액)을 더해 정유사가 판매할 수 있는 최고가를 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최고가격은 유류 가격 변동에 따라 2주마다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또 최고가격 설정으로 정유사가 입게 될 손실에 대한 구체적인 보전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의 근거가 되는 ‘석유사업법’ 제23조에는 가격을 통제받은 정유사 등의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 줄 수 있다는 조항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손실 보전에 필요한 재정 규모까지 시나리오별 계산을 마친 상태다.

10일 서울 시내 휘발유 1800원대 주유소에서 차량이 줄지어 주유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부작용으로 꼽히는 ‘공급 부족’ 현상을 막기 위해 물가안정법에 따른 매점매석 금지 고시도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가 정한 최고가격이 적정 시장가격보다 낮아 손실이 우려되면, 정유사들은 물량을 풀지 않거나 수출 물량을 늘려 국내엔 기름 품귀가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일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매점매석 고시를 활용해 정유사가 생산량의 일정 비율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으로 마스크 품귀 등이 벌어졌을 때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시행했다.

국제유가 상승이 길어지면 유류세 추가 인하, 소비자 직접 지원도 이뤄질 전망이다. 원전·재생에너지 등 대체 발전을 통해 석유 소비량을 줄이는 수요 측면의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가짜 석유 제조 등 불법 유류 유통 혐의 사업자에 대한 단속에도 착수했다. 국세청은 이날부터 전국 7개 지방국세청과 133개 세무서 인력 300여명을 동원해 집중 점검에 나선다고 밝혔다. 대상은 ▶무자료·위장·가공 거래 ▶고가 판매 후 매출 과소 신고 ▶가짜 석유 제조·유통 등이다. 점검 중 탈세가 확인된 업체에 대해선 즉시 세무조사로 전환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남수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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