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중동발(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조기 편성을 공식화했다. 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지금 (취약계층) 재정 지원이나 소상공인·한계기업 지원 등을 하려 해도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며 “조기에 추경을 해야 할 상황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예상했던 것보다 올해 세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초과 세수를 통한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이날 추경 발언은 중동 사태 이후 민생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유류비의 가파른 상승으로 화물 운송, 택배, 배달, 하우스 농가처럼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분야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유류세를 좀 내리고, 서민 재정 지원은 차등적으로 하는 걸 (정책으로) 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접 지원을 하려면 추경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른바 ‘벚꽃 추경’을 공식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문화예술계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며 “추경을 하게 된다면”이란 표현을 사용했으나,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경제 당국 역시 그간 “추경을 검토한 적 없다”며 거리를 뒀다. 하지만 중동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고 증시·환율 변동 폭이 커지자, 이 대통령이 직접 추경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는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국채는 발행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최근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있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라 거래세도 늘었다”며 “적정한 규모로는 국채 발행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과 세수만 활용할 경우, 추경 규모는 ‘10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일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구체적인 유류세 인하 폭과 취약계층 지원 규모는 고민 중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회의에서 “직접 지원은 해당 국민들을 더 두텁게 보호하는 측면이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선 유가의 비중이 굉장히 크다”며 “물가는 또 다른 물가에도 영향을 줘서 서민들이 타격을 받게 되니, 유류세 인하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더 분석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부터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에 대해선 “정부가 모범적 사용자가 돼야 한다”며 “위반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잘 챙겨보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국노총 창립 80주년 기념식 영상 축사에서도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하며 대립과 갈등 대신 대화와 타협으로 공통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상생을 실천하는 기업인과의 대화’ 행사에선 “공정한 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창의와 혁신이 작동하는 지속 성장 발전이 가능한 사회로 전환이 가능하다”며 “상생 협력은 시혜가 아닌 투자”라고 말했다. 행사엔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등 10대 대기업과, 이들의 협력업체 관계자가 참석해 각자의 상생 사례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한화오션의 하청노동자에 대한 476억원 손해배상 청구 취하와 삼성전자의 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 ‘스마트 팩토리 구축 지원 사업’을 콕 집어 “모범적인 사례”라고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