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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깨’는 괜찮다…팀 ‘허리’가 급하다

중앙일보

2026.03.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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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대표팀 백승호는 지난달 어깨를 다쳤지만 수술을 미뤘다.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중원이 붕괴된 대표팀, 그리고 프리미어리그 승격을 노리는 소속팀 버밍엄시티를 위한 결정이었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백승호(29)는 최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어깨 수술을 받으면 (복귀까지) 3개월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망설임 없이 수술을 미뤘다. 월드컵 도전과 소속팀을 위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버밍엄시티 소속 백승호는 지난해 11월 공중볼 경합 과정에서 어깨를 다쳤고, 지난달 11일 다이빙 헤딩을 시도하다 땅을 짚어 왼쪽 어깨를 감싸 쥐며 쓰러졌다.

어깨뼈 탈구 과정에서 지탱하는 인대가 끊어졌다면 수술이 불가피했지만, 다행히 수술을 요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수술시 재발 가능성이 0.01%로 줄어들 수 있는데도, 백승호는 “전문의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버티겠다는 강한 의지도 표시했다. 의사도 ’잔근육을 잘 키우면 된다’며 동의해줬다”고 했다.

백승호가 수술을 미룬 건 대표팀과 소속팀 을 위한 결정이었다.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앞둔 대표팀은 ‘허리’가 붕괴 직전이다.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아인)와 원두재(코르파간)가 나란히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무산됐고,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마저 지난 주말 무릎을 다쳤다. 백승호-황인범(페예노르트) 조합이 대표팀 3선의 ‘플랜A’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백승호가 부상 후 3주 만인 지난 3일 복귀전을 치르자 버밍엄 구단은 “강철 사나이가 돌아왔다”며 반겼다. 8일 찰턴전에선 풀타임을 소화했다. 버밍엄 역시 프리미어리그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순위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백승호 복귀가 반갑다.
버밍엄시티 백승호. AP=연합뉴스

부상 이전 백승호는 버밍엄에서 17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대표팀 사령탑 홍명보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소속팀 내 입지와 출전 시간을 중시하는데, 대표팀 내 유럽파 중 ’붙박이 주전’급은 백승호와 이재성(마인츠),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 정도다.

버밍엄 4-2-3-1 포메이션의 ‘2’ 자리에 서는 백승호는 파트너 성향에 따라 수비적으로 내려 서고, 공격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리버풀과 토트넘 수석 코치 출신 크리스 데이비스 버밍엄 감독은 “프리미어리그 레벨”이라고 극찬하며 중용한다.

한국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백승호. 사진 레드불
한국 대표팀은 올해 6월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 2차전을 해발 1571m 고지대에 위치한 과달라하라에서 치른다. 백승호는 “오래 전이지만 FC바르셀로나(스페인) 유스 시절에 멕시코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고지대를 경험한 적이 있다”며 “킥오프 후 20분쯤 지나자 금방 지치고 호흡이 가빠졌는데, 멕시코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게 뛰어 놀랐다. 현지에 일주일 넘게 머물다보니 차츰 호흡과 체력이 돌아왔는데, 대표팀도 적당한 시점에 고지대에 미리 적응한다면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로 백승호는 무더운 2013년 8월, 해발 2200m의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17세 이하 코파 인데펜데시아에 출전해 멕시코의 클루브 아메리카, 푸마스 UNAM 등을 상대했다. ‘고지대 유경험자’ 백승호 존재가 대표팀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브라질과 16강전에서 기습적인 중거리골을 터트린 백승호(오른쪽). 김현동 기자
A매치 23경기(3골)에 출전한 백승호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 16강전에서 기습적인 중거리포로 만회골을 터트렸다. 백승호는 “진짜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조별리그를 못 뛴 내 자신한테 실망했었는데, 간절하게 준비했던 과정들이 마지막 15분에 나온 것 같다. 지금도 간절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백승호는 자기 때문에 해외생활을 오래한 어머니, 또 자기 때문에 집안 도움을 못 받은 누나 생각을 많이 한다. 그래서 백승호 축구에는 간절함이 있다.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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