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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교섭하나” 현장은 혼란

중앙일보

2026.03.10 08:04 2026.03.10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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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되자 현장 곳곳에서 원청을 상대로 한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범위’가 동시에 넓어지면서 현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당장 첫날 원청은 수십 개 하청노조로부터 동시에 교섭 요구를 받았지만 어디까지 교섭에 응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누가 교섭 책임을 지는 사용자로 인정할지(사용자성) 판단도 명확하지 않다. 노동부가 ‘사용자 판단위원회’로 지원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최소 수개월은 필요한 복잡한 사안인데 최대 20일의 짧은 심의 기간 안에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복리후생·임금 등 교섭 의제별로 사용자성을 따로 판단하도록 한 점도 또 다른 분쟁 요인으로 지목된다. 김상민 태평양 인사노무그룹장은 “사용자로 인정돼 교섭 테이블에 앉더라도 실질적 지배력이 모호하거나 없어 보이는 안건이 하나라도 포함되면 다시 분쟁이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공장 이전이나 생산라인 축소 같은 사업 재편도 분쟁 대상이 될 전망이다. 노란봉투법이 기존에 교섭 대상이 아니었던 ‘경영상 결정’까지 노동쟁의 범위에 포함한 데다 노동부 매뉴얼도 구조조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한 경우’ 실제 실행 전이라도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해 현장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기업이 연중 내내 노동쟁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광선 변호사는 “과거에는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사실상 추가 쟁의가 어려웠다”며 “노란봉투법으로 사업 경영상 결정과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되면서 노조가 상시로 노동쟁의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노사 간 ‘대화와 타협’을 말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노노 갈등’과 ‘노사 갈등’이 맞물리며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청노조와 원청노조가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갈등이 더 커지고, 결국 노사관계 전반이 더 큰 분쟁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리의 목표는 원청 교섭을 통해 고용을 안정시키고 임금과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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