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1년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의 기본 아이디어를 개진했다. 태양 근처를 지나가는 빛이 태양의 질량으로 인해 굴절된다는 가설이었다. 6년 후 천체물리학자 프렌들리히는 상대성이론의 실험동 설계를 에리히 멘델스존(1887~1953)에게 의뢰했다. 4년 동안의 계획과 모금 끝에 공사를 시작해 1924년 아인슈타인 타워(사진)를 완공했다.
길게 뻗은 기단부와 중앙의 5층 타워로 구성된, 자체가 하나의 실험기구와 같은 건물이다. 타워 정상에 회전 돔을 설치해 태양 빛을 수집하고 편광거울 장치를 통해 기단부의 대물렌즈로 수직 투사한다. 이 빛은 다시 분광실험실로 수평 투사되어 스펙트럼 분석에 이용된다. 이 분광 실험을 통해 빛의 굴절 여부를 입증하리라 기대했으나 태양 표면의 난류 등 장애로 정밀한 실험이 불가능했다.
반면 이 건물의 형태는 그야말로 획기적이었다. 모든 부분을 유려한 곡선으로 처리해 마치 파도를 가르는 기선이나 이륙 중인 비행기와도 같아 보인다. 상대성이론의 신비함을 표현하기 위해 무수한 아이디어 끝에 나온 표현주의 건축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멘델스존은 당시 최첨단의 과학과 예술 이론을 섭렵했다. 칸딘스키의 정신적 추상예술, 미래주의의 속도와 에너지, 독일 아르누보의 식물적 유연성 등을 융합해 표현했다.
이 유려한 형태를 표현하기 위해 애초에 콘크리트조로 설계했으나 당시 기술과 물자 부족으로 벽돌을 쌓은 조적식 구조로 바꾸었다. 회반죽으로 세부 곡면을 다듬고 시멘트 뿜칠로 표면을 마감해 마치 콘크리트 건물 같아 보인다. 구조를 변경했으나 설계를 보완하지 않아 태생적인 균열과 누수로 준공 5년 후부터 상습적인 개보수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시공간의 왜곡과 굴절이라는 아인슈타인의 핵심 개념을 표현한 걸작으로 이름 높다. 이 건물이 세워진 포츠담의 텔레그라펜베르크에는 천체물리학연구소와 지구과학센터 등 10여 중요한 연구시설이 산재한다. 1999년 ‘아인슈타인 과학공원’으로 재단장해 과학과 관광의 명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