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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의 시시각각] 이래도 드론사 해체부터 하나

중앙일보

2026.03.10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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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
“20년이 지난 지금도 ‘차세대 육군(Army After Next)’을 실행 가능한 작전 개념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죄책감과 함께 살고 있다. 결국 성공은 아이디어의 우아함이 아닌, 육군이 그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해 어떻게 무장하고 구조를 재편하는가로 평가된다.”

미 육군전쟁대학원 원장을 지낸 로버트 ‘밥’ 스케일스 장군이 2018년 군사전문 온라인 플랫폼 ‘워 온 더 록스’에 올린 소회였다. 그는 1995년에 2025년의 미래 전쟁을 연구하는 ‘차세대 육군’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전쟁 변수들의 변화 속도는 빨라졌지만, 무기·조직을 구축하는 군의 능력은 둔화하고 있다. 군은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 하는데 시간의 지평선이 멀어질수록 전망은 더욱 불분명해지고 심각한 오류를 범할 가능성도 커진다”는 한계 속에서도 아이디어를 응축해냈다. 1997년엔 미래 비전을 설계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론 잘못이었다. 여기엔 외부 요인도 있었다고 한다. 매년 또는 격년 ‘우주적 슬로건’을 전략화하라는 요구도 있었다. 그는 “미래를 상상하는 건 좋은 와인을 빚는 것과 같다”고 했다.
중동전쟁에서 더 부각된 드론전
우린 '계엄' 탓 드론사 해체 수순
'50만 드론 전사' 실현될 수 있나

‘차세대 육군’은 2008년 중단됐다. 그는 앞선 1999년 열 가지 주제를 정리해 두었는데, 이런 내용이 있다. “미래 전쟁에서 최소 비용으로 승리하려면 속전속결이 필수적이다. 경량화·소형화된 조기 투입 부대가 수적으로 우세하고 중무장한 적을 제압하려면 ‘잠들지 않는 눈(Unblinking Eye)’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무인 항공 플랫폼에서 생성되는 지속적이고 신뢰성 있으며 어디에나 존재하는 압도적 정보 우위를 의미한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엔 그가 내다본 ‘미래 전쟁’의 양상이 있다. “이란 미사일 대원의 기대 생존 시간을 몇 시간”(무기 전문가 파르진 나디미)으로 만든 탐지·타격이 한 예다. 그가 못 본 것도 있었다. 드론전이다. 2010년대 등장했는데 급속도로 진화했고, 이번엔 “일종의 소모 가능한 탄약처럼 활용·운용”(윤용진 KAIST대 교수)되는 것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미군(CENTCOM) 측이 4일 공개한 영상으로 미군에 의해 타격당한 이란 드론 운반선이라고 밝힌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급변에 우린 대비돼 있는가. 사정을 아는 인사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국방부 자문위가 드론작전사령부 폐지를 권고했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었다. ‘50만 드론 전사 양성’의 슬로건만 나올 뿐, 대안이 제시되지 않아서다. 드론 전술·전략을 연구하고 규모가 큰 작전을 기획·통제할 조직의 필요성이 더 커진 마당에 드론 운용 자체를 금기시하는 듯해서다. 군 출신 인사는 “그런데도 말을 못 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왜 그러나.
“드론사를 윤석열 정부가 급조한 면도, 목적이 불분명했던 면도, 각 군과 중첩됐던 면도 있다. 그러나 고유의 역할과 임무를 식별해 가며 자리 잡았는데, 단순히 무인기를 (북한으로) 날려보냈다는 이유로 해체할 일인가. 하지만 계엄의 ’계‘자만 들어가도 총장까지 직무배제시키니 군은 물론이고 군과 관련된 사람들도 미운털이 박힐까 봐 공개적으로 반발하지 못하고 있다. 예비역들도 대개 방산 기업과 관련돼 있다 보니 말을 못 한다. 대단히 심각하다.”

-누군가 드론을 해야 하지 않나.
“사실 미국에선 육군이 드론 전략을 다 한다. 우린 관련 토론 등 준비가 필요한데 해당 전력 분야의 경험자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빼고 학자들로만 하니 제대로 되기 어렵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 쪽 인사들이 외려 우리를 걱정해 준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미국 당국의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서 들여간 (드론) 기술과 전투 경험을 보면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다.”

이재명 정부가 불신감을 내보이고 있는 육군에 그 역할을 맡길까. '좋은 와인'을 빚질 못할 망정 어렵사리 자리를 잡아 가던 드론사를 해체부터 하는 게 타당할까. 드론전은 종국엔 누가 하게 될까. 50만 드론 전사란 슬로건은 현실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고정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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