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첫날인 어제 노동단체들의 원청 교섭 요구가 쏟아졌다. 민주노총은 금속노조 등 7개 산별노조 소속 사업장을 중심으로 원청 사용자에게 교섭 요구 공문을 일제히 발송했다. 900여 개 사업장의 하청 노조 조합원 13만7000여 명이 참여한다고 한다. 실제로 어제 대학의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택배노조, 공기업 자회사 노조가 ‘진짜 사장’과의 교섭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이미 이틀 전 100개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산업계 전반의 춘투(春鬪)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을 독려하기 위한 간담회에서 “지속적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생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청 노동자에게도 원청과 동일하게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한화오션의 사례를 “매우 모범적”이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한화오션 사업장에선 생산 공정과 직접 관련이 없는 청소·급식업체까지 동일한 성과급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분업화·전문화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게 했던 도급 제도가 자칫하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장의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정부가 균형을 잘 잡아줘야 한다. 정부는 자문기구인 ‘단체교섭 판단 지원위원회’를 통해 모범 사례를 축적하겠다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는 자문기구의 해석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교섭 대상 여부 등 주요 쟁점을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노동위원회의 공정한 역할이 중요하다.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중노위원장을 맡았을 때 CJ대한통운 사건에서 직접 고용관계가 없어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와 단체교섭해야 한다는 결정을 처음 내렸다. 이것이 노란봉투법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고 보는 이가 많다. 노동위원회가 노란봉투법 관련 쟁점을 균형 있게 판단하지 못하면 이런 과거 역사까지 소환돼 불필요한 논란과 불신을 키울 수 있다. 노동위원회는 치우치지 않는 중재자로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을 통해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