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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재판소, 재판소원 제대로 처리할 준비 됐나

중앙일보

2026.03.10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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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소원제를 도입하는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관보 게재)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어제(10일) 헌법재판소가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이 제도를 조기에 안착시키고 원활히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촘촘한 기본권 보장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헌재의 준비 상황을 보면 과연 당장 재판소원제를 무리 없이 시행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헌재는 앞으로 연간 1만~1만5000건의 재판소원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헌재의 연간 접수 사건(약 3000건)의 3~5배에 달한다. 이에 대비해 헌재는 심판 규칙 등 제도를 정비하고 있고, 인력 보강을 위해 예산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보통 새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법을 제·개정하면 일정한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함께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소원제는 그런 유예기간 없이 공포와 함께 바로 시행에 들어간다. 법원의 확정판결이 취소될 수 있는 중대한 제도 변화임에도 일의 순서는 앞뒤가 바뀐 상황이다. 헌재가 최소한 시행 시기라도 조정하자고 공식 요청하지도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재판소원은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사실상 헌법 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헌재는 헌법을 수호하고 헌법 질서를 유지해야 할 책무가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논란이 되는 문제를 잘 정리하고 일반 국민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헌재 본연의 기능인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 심리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런 큰 변화가 있는 상황에서 헌재 사무처장이 인사말을 하는 것만으론 곤란하다. 적절한 시기에 김상환 헌재 소장이 직접 나와 국민에게 이 제도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직접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재판소원제 시행과 관련해 대법원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내부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재판소원제 도입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의 혼란을 막기 위해선 대법원과 헌재가 머리를 맞대고 보완 방안을 협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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