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러시아만 이득"…EU 상임의장 한탄
"규칙 기반 국제질서 준수" 강조…EU 집행위원장과 상반된 인식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현재까지 이란 전쟁의 유일한 승자는 러시아라고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한탄했다.
코스타 의장은 10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145개국 EU 대사들의 연례회의에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군사 역량 및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서 중동으로 분산되면서 러시아만 이득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타 의장은 연설에서 "러시아는 국제법을 어기면서 우크라이나의 입지를 꾸준히 훼손하고 있으며, 에너지 가격 상승 덕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뒷받침할 새로운 재원까지 손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새로운 현실을 알고 있다"며 "그 현실에서 러시아는 평화를 훼손하고, 중국은 무역을 교란하고, 미국은 규범에 기초한 국제 질서에 도전한다"고 비판했다.
코스타 의장은 아울러 "EU는 오랜 세월 고통을 겪고 있는 이란 국민들과 연대하고, 그들 자신의 미래를 그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지지한다"면서도 "하지만 자유와 인권은 폭탄으로 달성될 수 없다. 오직 국제법만이 이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추가적인 긴장 고조를 피해야 한다"며 "그러한 길은 중동과 유럽, 그 이외의 지역까지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를 이끄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 대사 연례회의 첫날인 전날 연설에서 규칙에 기반한 '옛 국제 질서'가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며 코스타 의장과는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EU가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 시대에 좀 더 현실적이고, 유럽에 이익이 되는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유럽 전문 매체 유락티브는 전임 집행부 시절 드러난 EU 기관 간 갈등을 뛰어넘기 위해 단합을 강조해 왔던 EU '쌍두마차'가 이란 전쟁을 두고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짚었다.
중도우파 진영 소속인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직후 국제법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설교하고 싶지는 않다'며 비판을 자제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처럼 현실주의적인 접근법을 취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포르투갈 총리 출신으로 중도좌파 진영에 속한 코스타 상임의장은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날을 세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유사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유락티브는 전했다.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현윤경
저작권자(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