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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정부 민생소비쿠폰, 외국인에도 지급 확대해야”

중앙일보

2026.03.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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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외국인 이주민이 빠졌던 것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지급 대상 외국인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정부는 외국인 중에서 건강보험 가입자, 피부양자 또는 의료급여 수급자인 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 인정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소비쿠폰을 지급했다.

11일 인권위는 소비쿠폰 등 경제 회복 지원금 사업을 추진할 때 지급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을 행정안전부·재정경제부·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번 의견 표명은 지난해 7월 ‘전국이주인권단체’가 “대다수 외국인에게 소비쿠폰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단, 인권위는 정부가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외국인을 원칙적으로 제외한 것이 국가의 재량을 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시민단체의 진정을 기각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소비쿠폰 사업이 한정된 예산 안에서 추진돼 외국인 대상을 확대하는 데 현실적인 제약이 있고, 정책의 취지와 재정 부담, 집행 가능성, 기대 효과 등을 고려한 정부의 재량에 해당한다는 행안부의 설명을 인정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국내에 2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살고 있고, 이주노동자는 제조업·건설업·농축산업 등 주요 산업에서 일하면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납부, 지역 내 소비를 통해 사회와 경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며 “경기 부양을 위한 지원 정책에서 이주민을 과도하게 배제할 경우, 사회적 형평성과 공동체 연대를 훼손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부 국가에서 외국인에게도 경기 부양을 위한 지원을 제공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특히 인권위는 고려인 등 외국 국적 동포는 한국 국적 취득이 어려워 제도적으로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는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 주거·사회보장의 취약성 문제를 겪는 고려인에 대한 정책적 배제는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향후 유사한 정책에서는 영주권자·결혼이민자·난민인정자 외의 다른 체류자격 외국인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재정 지원 정책이 국민과 외국인 이주민을 아우르며 포괄적이고 형평성 있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임성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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