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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소모전 펴는 이란, 호르무즈 기뢰 협박…美 "설치선 16척 완파"

중앙일보

2026.03.10 20:17 2026.03.1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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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압도적인 화력을 앞세워 이란 전쟁의 조기 승리를 자신하고 있지만 전장의 실제 기류는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세 속에서도 이란은 역내 미군의 방공망을 집중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매설하는 고도의 비대칭 소모전으로 버티고 있다. 심지어 미 측의 휴전 요청을 이란이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이란의 공격에 대한 방공 요격이 이뤄진 뒤 연기가 치솟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군 '방패' 정조준… 사드·SM-3 고갈 노린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미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이란이 자신들의 전술을 기민하게 조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참수 작전을 통해 정권의 자연스러운 붕괴를 꾀한 것과 달리 이란은 화력 열세를 인정한 채 변화하는 전장 상황에 맞춰 실시간으로 타격 목표를 수정하는 유연성까지 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미군 방공망과 요격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방패를 소모시키는 일종의 출혈 전술이다.

이는 지난해 치러진 '12일 전쟁'의 교훈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당시 미군은 이란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100~250발에 달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요격 미사일을 소진했다. 미군 전체 비축량의 20%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규모다. 해상 요격용 SM-3 미사일 역시 80발이나 발사돼 전체 비축량의 약 20%가 순식간에 증발했다.

중동 전문가인 발리 나스르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는 NYT에 "이란이 12일 전쟁의 교훈을 이토록 빨리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는 점은 대단히 놀랍다"며 "그들은 미국에 부족한 게 요격용 방어 자산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방공망을 고갈시켜 미군을 무방비 상태로 몰아넣으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미다.

지난 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해안에 유조선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라진 사전 경고… 이란의 치밀해진 기습 소모전

체면치레용 또는 정치적 선언을 앞세우고 공격하던 과거 이란의 반격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NYT는 "지난해 미군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을 때 이란은 반격 전 목표 지점을 밝히고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기지를 때렸다"며 "지금은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미 측도 이란이 상대의 비용을 키우면서 이번 전쟁에 적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이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술을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우리가 적응하듯 그들도 적응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피트 헤그세스(Pete Hegseth) 미 전쟁부(국방부) 장관 역시 "그들이 정확히 그런 식으로 반응할 거라고 예상했던 건 아니지만 그런 가능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걸프 전선서 드러난 민감한 '연결부' 공격

걸프 전황에서도 민감한 연결부를 노리는 이란의 버티기 흐름이 뚜렷하다. 방공망이 있는 미군 기지는 물론 외교공관, 병력이 묵는 호텔, 공항, 정유시설을 목표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란은 10일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군기지와 이라크 쿠르드 지역 알하리르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루와이스 산업단지에서는 드론 공격 뒤 화재가 발생했고, 정유시설 일부가 멈춰 섰다.

이란 지원을 받는 민병대가 이라크 아르빌에 위치한 호텔에 드론 군집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NYT는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해당 지역 호텔들을 미군 숙소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이란이 이미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현재 개전 이후 미군 전사자는 7명, 부상자는 140여명으로 집계된다.



호르무즈 해협 기뢰 매설… 세계 경제 볼모로

호르무즈 해협은 비대칭 전장의 핵심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CNN은 미국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최근 며칠 동안 호르무즈 해협에 수십 개의 기뢰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10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란 해군 선박 여러 척을 제거했으며 이 가운데 기뢰 부설 선박 16척이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CBS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기뢰를 2~3개씩 운반할 수 있는 소형 선박들을 사용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고 있다며 "이란의 기뢰 보유량은 2000~6000개로 추정되며, 대부분 자체 생산했거나 중국·러시아에서 들여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란의 관련 움직임은 미사일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겠다는 신호로 평가된다. 걸프 국가의 정유시설 등 인프라를 파괴하는 동시에 전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하면 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 트럼프 대통령로선 전쟁 종식을 요구하는 국내외 여론을 맞닥뜨리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숨겨둔 전력 50%… 출구 찾는 건 이란 아닌 미국일 수도

미국 내에선 이란의 반격이 전초전에 불과하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NYT는 "지난주 미 의회의 비공개 브리핑에서 '지속적인 공습에도 불구 이란이 전체 미사일과 발사대의 최대 50%를 온전히 보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AP=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미군 관계자는 "미 국방부가 이란의 모든 미사일 발사 기지를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나스르 교수 역시 "지금까지 이란이 날려 보낸 수천 대의 드론과 미사일은 그저 미군의 방어 능력을 소진시키기 위한 발판에 불과할 수 있다"며 "이란이 숨겨둔 극초음속 미사일을 포함한 최신형 무기들을 나중에 쏟아 부을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란은 현 전황과 추후 협상에서도 우위를 자신하고 있을 수 있다. 가디언은 10일 이란 외교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최근 며칠 사이 이란에 두 차례 휴전 메시지를 보냈으지만 이란 측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출구전략에 급급한 건 이란이 아니라 미국인 셈이다.




이근평([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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