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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함도 과학이어야”…최태원 “사회적 가치 담은 성장모델 짜자”

중앙일보

2026.03.10 20:17 2026.03.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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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담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기반의 성장 전략을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는 정책·기업·학계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했다. 사진 SK사회적가치연구원
“선한 의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착함’을 과학적으로 설계하고 보상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저성장의 늪을 건널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 경제의 저성장 돌파구로 ‘성장 개념의 재정의’를 제시했다.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아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시대를 지나, 사회 문제 해결이 곧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함수를 짜야 한다는 제안이다.

최 회장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2026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담하며 “한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성장 둔화가 아니라 내수 부족과 사회적 비용 증가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회 문제를 풀지 못해 발생하는 복지·갈등 비용이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경제 성장과 사회적 비용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모델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K사회적가치연구원(사가연)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은 ‘저성장 돌파구, 솔루션 변화’를 주제로 경제 성장과 사회적 가치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가연은 최 회장이 강조해 온 사회적 가치 경영 철학에 따라 2018년 4월 설립한 비영리재단이다.

최 회장이 제시한 핵심 방법론은 ‘착함의 과학화’다. 최 회장은 “착함이라는 선한 마음에만 의존해서는 역부족”이라며 사회적 가치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이를 현금성 인센티브와 연결하는 ‘측정과 보상’ 시스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이것이 내수 확대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한국고등교육재단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가치와 성장 포럼'에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대담하고 있다. 사진 SK사회적가치연구원
실제로 이날 포럼에서는 사가연이 지난 10년 동안 실험해온 사회성과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의 성적표도 공개했다. SPC는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 단위로 측정해 보상하는 제도다. 사가연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468개 기업이 참여해 총 5364억원 규모의 사회적 성과를 창출했다. 성과에는 취약계층 고용, 환경오염 감소, 지역 소농 협업, 돌봄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또 현금 인센티브를 받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사회적 성과를 약 3배 더 창출했고, SPC 참여 기업의 매출은 미참여 기업 대비 평균 3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착한 경영’이 비용이 아닌 기업의 성장 자산임을 데이터로 입증했다는 게 사가연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GDP 지표가 국민 삶의 질이나 환경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성장 지표에 대한 공론화도 주문했다. 특히 제도 도입 시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저성장의 늪에서 나오려면 약간의 부작용은 각오하고서라도 밀고 가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함께 대담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 정책과 민간 혁신이 함께 작동하는 새로운 성장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며 “사회연대경제 기본법 제정 추진, 금융 지원 확대, 공공서비스 참여 확대 등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학계 및 정책 전문가, 기업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김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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