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가 반복되면서 혼선이 커지고 있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군사작전 종료 시점과 관련 “작전 목표가 완전히 달성됐다고 대통령이 판단할 때”라며 “이란의 항복 여부와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항복 아니면 죽음뿐”이라며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조건으로 명시했던 것과는 차이가 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던 기존 입장에 대해서도 이미 “(전쟁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며 태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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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승리’ 선언?…“트럼프가 종료 판단”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종전의 기준과 관련 “작전은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이 군사 목표가 달성됐다고 판단할 때 종료될 것”이라며 “이란이 무조건 항복을 명시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위협이 더는 탄도미사일 전력 등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위협에 불과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위협이 제거됐다고 자의적으로 판단해 미국이 승리했다고 ‘셀프 선언’을 하고 이란 전선에서 군사력을 철수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금까지 이란 정권의 완전한 붕괴 또는 무조건적 항복을 자신해왔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종전의 문턱을 대폭 낮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부담에서 언제든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출구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를 위한 기뢰 설치를 시작했다. 사실상 11월 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원유 가격을 가장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장기전에 따른 유가 폭등 상황이 지속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한 지상군 투입 상황이 현실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부담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실제 군 당국은 지금까지 7명의 미군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도 부상자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날 미국 언론을 통해 140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중 8명은 중상을 입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야 이 사실을 시인했다. 인명 피해에 대한 부정 여론을 극도로 신경 쓰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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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마무리 수순”…장관 “격렬한 공격”
뉴욕타임스(NYT)는 종전 시점에 대한 대통령과 당국자들의 엇갈리는 메시지가 이어지며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화당 의원 모임 연설에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승리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궁극적 승리를 달성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전을 불사하고 ‘항복 선언’을 받아내겠다는 의미에 가까운 말이다.
그런데 불과 1시간이 지나지 않아 공개된 CBS와의 인터뷰에선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라고 했고, 곧장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아주 곧” 종료될 것이라고 했다.
입장은 바로 다음날 또 뒤집혔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미 국방부 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이 또다시 가장 격렬한 날이 될 것”이라며 “적이 완전히, 결정적으로 패배할 때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쟁이 매우 빨리 끝날 거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뒤집은 말에 가깝다.
헤그세스 장관은 다만 “이것은 끝없는 전쟁이 아니다”라며 “궁극적으로 목표의 최종 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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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혼선’…장관 발언도 부인
트럼프 행정부 내 혼선은 동시다발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날은 에너지부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민간 유조선을 미 해군이 호위했다고 밝혔다가, 백악관의 공식 부인으로 이를 번복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SNS)에 “미 해군은 글로벌 시장에 석유 공급이 지속되도록 보장하기 위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호위했다”고 적었다. 그의 글에 국제 유가는 요동쳤다. 그런데 글은 몇 분 뒤 삭제됐다. 그리고 백악관은 “해군이 유조선이나 선박을 호위한 적이 없다”며 장관의 발언이 잘못됐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가 폭등하자 지난 3일 “필요할 경우, 미국 해군은 가능한 한 신속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한 호위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엔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를 위한 기뢰 설치를 시작했다는 정황이 있다는 보도와 관련 SNS에 “만약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를 설치했다면 즉시 제거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는 10여분 뒤 별도 글을 통해 “이란의 기뢰 설치 선박 10척을 격침하고 완전히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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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혼자 “이겼다” 선언하면 끝?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미사일 및 드론 능력이 약화했다고 판단하고, 이란의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승리를 선언하고 철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그러나 일방적 승리 선언이 실제 안정 국면으로 전환될지에 대해선 “미지수”라고 했다.
미국은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제거하는 데 성공했지만, 권력이 오히려 하메네이의 노선을 그대로 유지하는 차남에게 승계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노선이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 선언을 하더라도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질적 봉쇄를 이어가거나 중동 내 미군기지 등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공습의 명분이었던 핵 프로그램 중단이 실현될지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다.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이날 온라인 플랫폼 서브스택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전쟁이 끝났다고 동의할 거란 징후는 거의 없다”며 이같은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헤란은 조기 휴전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재무장과 재공격의 시간을 줄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며 “(종전에 대한) 결정권은 이란에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