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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디쓴 에스프레소 3잔… 이탈리아에 진 미국도 WBC 8강행 '경우의 수'로

중앙일보

2026.03.10 22:29 2026.03.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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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카일 틸(왼쪽)에게 홈런을 맞고 허망한 표정을 짓는 미국 선발 놀란 맥클레인. AP=연합뉴스
쓰디쓴 에스프레소 세 잔을 마셨다. 야구 종주국 미국이 이탈리아에게 홈런 3방을 맞고 패했다. WBC 8강 진출을 위해선 이탈리아-멕시코전을 바라보며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

이탈리아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휴스턴 다이킨파크에서 열린 2026 WBC B조 예선에서 미국을 8-6으로 이겼다. 이탈리아는 선발 마이클 로렌젠(콜로라도)이 미국의 강타선을 4와 3분의 2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 사이 2회 초 카일 틸의 솔로 홈런, 샘 안토나치(이상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투런 홈런, 4회 잭 캐글리아논(캔자스시티)의 홈런이 나오면서 5-0으로 앞섰다.

미국 선발 투수 놀란 매클레인(뉴욕 메츠)이 3이닝 3실점으로 무너진 데 이어 라이언 야브로(뉴욕 양키스)마저 3점이나 내줬다. 설상가상 미국 타자들의 잘 맞은 타구는 수비수들에게 연이어 걸렸다. 이탈리아는 6회에도 상대 실책을 틈타 석 점을 추가해 무려 8-0을 만들었다.

미국을 꺾고 3연승을 달린 이탈리아. AP=연합뉴스
미국의 방망이는 경기 후반부터 폭발했다. 6회말부터 추격전에 나섰다. 거너 헨더슨(볼티모어)의 솔로 홈런으로 첫 득점에 성공했고, 7회엔 2사 후 안타와 2루타로 2-3루 기회를 만든 뒤 피트 크로우-암스트롱(시카고 컵스)이 우월 3점포를 터트렸다. 8회엔 안타 3개를 때려 1점을 올렸고, 9회 1사 후 크로우-암스트롱이 연타석 홈런을 쳐 6-8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9회 2사 1루에서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가 끝났다. MVP 3회 수상에 빛나는 간판타자 저지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커피를 사랑하는 나라답게 이탈리아 선수단은 2023년 대회에서 커피머신을 더그아웃에 들여놔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는 '에스프레소 세리머니'로 전통을 살렸다. 홈런을 칠 때마다 종이컵에 따른 에스프레소를 한 번에 들이킨다. 미국전에서도 홈런 3개를 몰아치고 시원하게 에스프레소를 삼켰다. 와인을 즐기는 민족답게 승리 의식인 '와인 세리머니'까지 곁들였다. 미국으로선 쓴 맛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이탈리아가 지난 대회 8강 진출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선전을 펼치는 건 이탈리아계 미국인 선수들이 합류한 덕분이다. 세계랭킹 13위에 그쳐 프리미어 12에는 세 대회 연속 불참했으나, 메이저리거들이 뛰는 WBC에선 세 차례나 1라운드를 통과하는 등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도 절반이 넘는 선수를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구성했다. 세미프로인 이탈리아 리그 출신 선수는 4명 뿐이다.

프란시스코 서벨리 이탈리아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국을 상대하는 건 꿈이다. 자신감을 실어주려 했다"며 "알다시피 이탈리아에서 축구는 종교다. 우리는 다른 기쁨을 주려고 하고 있다. 놀라운 일이지만 나는 그걸 꿈꾼다"고 했다.

미국은 3승 1패로 조별리그를 마쳤지만, 2라운드(8강) 진출을 확정짓지 못했다. 12일 열리는 멕시코(2승 1패)와 이탈리아(3승)의 마지막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 이탈리아가 멕시코를 꺾는다면 1위를 차지하고, 미국이 2위로 8강에 오른다. 그러나 멕시코가 이탈리아에 이기면 한국이 속했던 C조처럼 동률 규정을 따져야 한다.

이번 대회는 승자승-아웃당 실점-아웃당 자책점-타율-추첨 순으로 동률 팀 순위를 가린다. 세 팀은 1승씩 주고 받게 돼 승자승으로는 순위가 가려지지 않는다. 결국 아웃당 실점으로 순위가 가려질 확률이 높다. 미국은 멕시코에게 5-3으로 이겼다. 미국이 후공이라 9회 말 공격은 하지 않았다.

미국은 두 경기에서 54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11실점(실점률 0.2037)을 내줬다. 만약 후공인 멕시코가 9회 이내 경기 기준 5점 이하로 실점하고 승리하면 실점률 0.1961을 기록하게 돼 미국이 뒤진다. 이탈리아 역시 지더라도 4점 이하로 실점하면 미국을 제친다. 미국 입장에선 이탈리아가 이기거나, 두 팀이 각각 6점 이상 올리는 난타전을 벌인 끝에 멕시코가 이기길 바라야 한다.

미국 내에선 동률 규정을 이해하지 못한 마크 데로사 감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데로사 감독은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8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묘하게도 이탈리아를 꼭 이기고 싶다. 대진 일정을 고려하면 중요한 경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전 패배로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데로사 감독은 경기 뒤 "실언했다. 경우의 수 계산을 완전히 착각했다. 득점과 실점을 따져가며 계산해보면 우리가 탈락하는 상황도 있다"며 사과했다.

3-2로 앞선 9회 캐나다의 승리를 지켜낸 브록 다익손(왼쪽)과 포수 리암 힉스. AP=연합뉴스
푸에르토리코 산 후안에 위치한 히람 비손 스타디움에서 열린 A조 경기에선 캐나다가 푸에르토리코를 3-2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캐나다 승리의 주역은 KBO리그 출신 투수들이었다. 2024년 두산에서 뛴 조던 발라조빅(퉁이), 지난해 NC에서 뛴 로건 앨런(토로스 데 티후아나), 2019년 SK와 롯데에서 활약한 브록 다익손(퉁이)이 이어던지며 2실점을 합작했다. 푸에르토리코(3승 1패)가 8강행 티켓 한 장을 거머쥔 가운데 나란히 2승 1패를 올린 캐나다-쿠바전 승자가 나머지 한 장을 가져간다.



김효경([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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