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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붕괴’ 원하는 이스라엘, ‘석유통제’ 원하는 美…미묘한 엇박자

중앙일보

2026.03.1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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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이란의 석유·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 이스라엘 채널12 방송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장대한 분노’라는 이름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이 시작된 이후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에 직접적으로 제동을 건 것은 열흘 만에 처음이다.

이날 악시오스와 채널12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국 측은 ‘이란 석유·에너지 공격 자제 요청’ 메시지를 이스라엘군(IDF)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과 정부 수뇌부에 전달했다. 미국은 특히 향후 석유 시설에 대한 어떠한 공격이든 반드시 사전 통보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8일 이란 테헤란 인근 석유 저장소 약 30곳을 무차별 공습해 도심이 시꺼먼 독성 연기에 뒤덮이고 기름비가 내리는 등 심각한 환경 피해가 발생했다. 석유 저장소가 화염에 휩싸인 채 불타면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장면은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고 유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미국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판단이다. 이 공습이 있은 뒤 미국은 이스라엘에 “도대체 무슨 짓이냐(WTF, What the f***)”는 불만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지난 7일 밤(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 시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화염에 휩싸여 있다. AFP=연합뉴스


美, 이스라엘에 ‘이란 석유시설 공격 자제’ 촉구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이란 에너지 시설 추가 공격 자제를 촉구하며 제시한 이유는 ▶이란 국민 다수의 피해 및 민심 이반 우려 ▶전후 이란 석유·에너지 부문 협력 구상 ▶걸프국가 전역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우려 등 세 가지였다.

악시오스는미 정부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석유 시설에 대한 공습을 ‘최후의 수단’으로 간주한다고 전했다. 이란이 먼저 걸프지역 석유 시설을 고의적으로 공격할 경우에만 쓸 수 있는 일종의 예비 옵션이라는 의미다.



전쟁 둘러싼 美-이스라엘 입장차로 균열 노출

미국의 이번 요청은 이란 전쟁을 대하는 양국의 근본적인 이해관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를 배후 지원해 온 이란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원한다. 반면 미국은 이란의 핵·미사일 등 군사 위협의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아가 전후 이란의 석유산업 통제권 확보에도 큰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엇박자를 내는 대목은 이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 전쟁을 두고 “마무리 수순”이라고 했고, “아주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1시간쯤 지난 뒤인 공화당 의원 모임 연설에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승리했지만 충분하지는 않다”며 결이 달라진 발언을 하긴 했지만, 조기 종전 가능성을 처음 내비친 것이어서 이목이 쏠렸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의 석유 저장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테헤란 도심에 시꺼먼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美 “전쟁 곧 끝나”vs이스라엘 “끝까지 싸울 것”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7일 이란 석유 저장고 공습 직후 “더 많은 놀랄 일이 있을 것”이라며 더욱 강도 높은 타격을 예고했고,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장기전 불사 태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 전쟁을 위해 국방비 대폭 증액에도 나선 상태다. 2026년 수정 예산안에 국방비와 군사목적 예비비 등 380억 셰켈(약 18조 원)을 추가할 예정이다. 해당 예산이 의회에서 가결되면 전체 예산 7000억 셰켈(약 333조8000억 원) 중 국방비가 1400억 셰켈(약 66조8000억 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에 돈이 많이 든다. 국방 지출 확대를 위해 특별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쟁에 대한 여론도 양국 온도차 확연

이번 전쟁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내 여론도 온도차가 확연하다. 9일 발표된 미국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절반을 넘는 53%가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미국이 지나치게 이스라엘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도 44%에 달했다.

반면 이스라엘 국민의 이란 전쟁 지지는 압도적이다. 지난 4일 공개된 이스라엘 민주주의연구소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내 유대인의 93%가 이번 공격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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