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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시행 첫날 407개 하청노조, 8만 조합원 교섭요구 쏟아져

중앙일보

2026.03.10 22:54 2026.03.1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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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시행 첫날인 지난 10일 전국 원청 사업장 221곳을 상대로 407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다. 교섭에 응답한 원청 사업자는 다섯 곳에 불과했다. ‘누가 사용자냐’를 둘러싼 법적·현장 갈등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11일 고용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10일 오후 8시까지 하청 노조 407곳, 조합원 8만 1600명이 교섭 요구에 나섰다. 이는 지난해 기준 전국 노동조합원 약 270만 명의 3%에 해당하는 규모다. 노란봉투법 시행 하루 만에 교섭 요구가 대규모로 한꺼번에 쏟아졌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88%로 대부분이었다. 민주노총 산하 하청 노조 357곳(조합원 6만7200명)은 기업 218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금속노조 9700명은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HD현대중공업·한화오션·한국지엠 등 원청 16곳에, 건설산업연맹 1만7000명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에 각각 교섭을 요구했다. 한국노총 하청 노조 42곳(조합원 9200명)은 포스코·쿠팡CLS·서울교통공사 등 원청 9곳에 교섭을 요구했다.

시행 첫날 오후 8시 기준으로 집계된 수치인 만큼 노동부는 앞으로 교섭 요구에 나서는 노조가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노동부 관계자는 “한국노총은 아직 본격적으로 교섭에 나서지 않았고, 민주노총 역시 추가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앞으로 더 많은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이 교섭요구를 해왔다며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문'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게시했다. 사진 한국노총

수백 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한꺼번에 쏟아졌지만, 이를 받은 221개 원청 사업장 가운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한 곳은 5곳으로 2.3%에 그쳤다. 당일 공고한 곳은 한화오션·포스코·쿠팡CLS·부산교통공사·화성시 등 5곳이다. 원·하청 교섭 절차가 실제 시작된 첫 사례들이다.

나머지 사업장들은 내부적으로 자신들이 사용자에 해당(사용자성)하는지 검토한 뒤 공고 여부를 결정하거나 최대 20일이 걸리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한 원청 사업장은 “우리는 실질적·구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지 않다고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며 “노동위원회 판단을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최대 쟁점은 중앙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를 어디까지 분리할지, 또 원청의 사용자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에 달려 있다. 이날 노동위원회에는 하청 노조가 원청과 별도 교섭을 요구하는 ‘교섭단위 분리’ 신청이 31건 접수됐다. 노동부 산하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도 사용자성 판단 등을 요청하는 안건이 10건 접수됐다.

이광선 율촌 변호사는 “노동위원회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기업들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노조 측 역시 사용자성이 부정되거나 교섭창구 단일화 결정이 내려질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분쟁이 장기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용자성이 인정된 뒤에는 교섭 의제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핵심 쟁점은 임금이다. 노동부는 “임금 지급과 인상은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 사이의 문제여서 특별한 근거 없이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임금 수준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거나 결정했다면 예외적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금속노조와 콜센터 노조 등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교섭 의제에 포함했다. 임금 문제를 교섭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연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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