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전쟁 지속 여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달려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중국산 희토류가 없다면 미군의 무기 조달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미국의 희토류 재고가 2개월 치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미국은 희토류 수입을 사실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미국이 2021∼2024년 수입한 희토류의 71%가 중국산이다. 테르븀과 디스프로슘과 같은 중(重)희토류는 전량 중국산이다. 두 광물은 내열성이 요구되는 고성능 자석을 만들 때 쓰인다. 미사일 유도장치·전투기 엔진·드론 제조 등에 필수적이다.
마리나 장 시드니공대 교수는 “중국이 미국에 희토류 수출 제한을 강화하면 미국으로선 핵심 무기 부품이 심각하게 부족해질 것”이라며 “첨단 무기 생산을 줄이거나 전략 희토류 비축분을 써야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크탱크 크리티컬 미네랄 허브의 아만다 반 다이크 설립자도 “미국이 현재 이란과 3~6개월 전쟁을 이어갈 미사일을 갖고 있다지만 전쟁이 끝나면 (희토류 부족으로 미사일) 재보급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기간을 4∼5주로 전망했다가 지난 9일 조기에 끝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에도 희토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반발해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를 시행했다. 특히 테르븀과 디스프로슘을 포함한 중희토류 7종을 수출할 때 특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지난해 11월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관세 및 무역 분쟁을 1년간 휴전하기로 합의했지만, 희토류 수출과 관련해선 중국은 여전히 허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희토류로 미국을 옥죄고 있다. 초전도체 등에 쓰이는 이트륨, 항공우주용 알루미늄 합금과 연료전지 등에 쓰이는 스칸듐의 수출을 줄이는 방식으로다. 이에 미국 내 이트륨 가격이 1년 전보다 69배 폭등하는 등 미국이 공급 부족에 직면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시작한 지난해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트륨 수출량은 17t에 불과하다. 전년도 같은 기간(333t)의 20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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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희토류 자립 애써도 단기간 어려워
미국도 희토류 자립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120억 달러(약 18조원) 규모의 핵심 광물 비축 프로젝트 ‘볼트’를 가동하고, 한국·일본·호주·태국 등과 핵심광물 협의체 ‘포지(FORGE) 이니셔티브’도 출범시켰다. 2002년 폐쇄됐던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도 재가동했다. 하지만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중국이 장악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자유로워지긴 쉽지 않다. 이에 미국은 오는 31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 정상회담을 통해 희토류 수출통제 완화 등을 중국 측에 요구할 생각이다.
하지만 주도권은 중국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은 희토류를 지렛대로 관세 인하나 반도체 수출 규제 완화, 대만 독립 반대 입장 표명 등을 미국에 요구할 것”이라며 “이란 전쟁 변수까지 생겨 미국의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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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란산 원유 구매로 美 흔들수도
이란산 석유가 관건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중국에 이란산 원유 및 가스 대신 미국산 구매를 늘리는 방안을 정상회담 의제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에 둘러싸인 이란엔 중국에 음성적으로 판매하는 원유가 사실상 유일한 자금줄이다. 전병서 소장은 “중국이 시세보다 싼 이란산 원유를 포기하기 쉽진 않지만 호르무즈 해협 우려 등을 이유로 구매를 줄이면 이란 정부는 곧바로 위기”라며 “이런 방침을 미국 측에 밝히는 것만으로도 중국은 정상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