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 이후 국고채 금리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 ‘금리 쇼크’가 번지고 있다. 최근 은행채 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던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까지 단기간 뛰어 가계 부담이 커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5년 주기형)는 10일 기준 연 4.47~6.03% 수준으로 집계됐다. 지난 3일(4.29~5.86%)과 비교하면 하단이 0.18%포인트, 상단이 0.17%포인트 상승했다. 일주일 사이 금리가 0.2%포인트 가까이 튀었다.
반면 변동금리는 같은 기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10일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99~5.52%로, 지난 3일(3.98~5.50%) 대비 하단이 0.01%포인트, 상단이 0.0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변동금리가 사실상 제자리 수준에 머문 반면 고정금리만 단기간 급등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은행채 금리가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통상 주담대 고정금리는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최근 미·이란 갈등 격화로 전 세계 금융시장에서 채권 매도세가 강해졌고, 국고채→금융채→고정형 주담대 순으로 금리 상승 충격이 이어졌다. 실제로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며 유가가 급등했던 지난 9일 국고채 5년물 금리는 연 3.65%로 전일 대비 0.18%포인트 급등했다. 로이터통신은 “중동 리스크 확대와 글로벌 채권 매도 영향으로 한국 채권 금리가 최근 2년 내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전쟁 조기 종식을 시사하며 금융시장 불안이 일부 가라앉았고,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4%대로 내려왔다. 하지만 2월 말(3.278%)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주담대 고정금리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채 수급 불안 등이 겹치면서 시중 국채 금리가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다”며 “정부의 주담대 총량 규제 정책도 주담대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고정금리 선택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의 여파는 가계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회사채 금리도 함께 오른다.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오전 무보증 3년물 AA- 등급 회사채 금리는 연 4.02%를 기록하며 전일(3.815%) 대비 0.205%포인트 급등했다. 1년 9개월여 만에 4%대를 기록한 것이다. 회사채 금리가 오르면 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때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 역시 금리 상승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재정 부담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채무는 약 1400조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연간 이자 비용이 9조~13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채권시장과 물가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상보다 늘어난 세금 수입을 활용하고 대신 국채 발행을 늘리지 않는 방식의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