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장대한 분노’ 작전으로 이란에 대해 연일 고강도 공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중국에 대한 ‘군사적 가드’를 보강하는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급격한 탄 소진으로 전세계 미군 기지 자산이 중동 지역으로 빨려 들어가는 가운데 중국이 이 기회를 틈타 대만해협 등에서 ‘두 개의 전선’을 만드는 건 미국에겐 악몽에 가까운 시나리오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미 군 당국은 중국 억제 기조를 강화하는 모양새인데, 이는 주한미군 자산의 중동 차출 수위와도 연동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11일 민간 항적 사이트와 군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 육군의 최신 항공정보·감시·정찰(A-ISR) 체계인 아레스(ARES)가 지난 9일 경기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에서 출발, 중국 산둥 반도 인근과 대만 북부 해역을 정찰했다. 군용기의 특성상 전체 항적을 노출하진 않았지만, 일부 드러난 궤적만으로도 8시간 이상 서해 및 대만 인근 해역을 누비며 중국에 대한 정찰 작전을 실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레스는 최대 14시간, 12㎞ 상공에서 신호정보(SIGINT)를 수집하는 미 육군의 첨단 정찰기다. 일본 오키나와의 미 가데나 공군기지 소속이지만, 대북 감시·정찰도 겸하고 있어 주한·주일미군 기지를 수시로 오가며 전개한다. 이번엔 공교롭게도 미국이 이란의 공습에 집중하는 기간에 주한미군 기지에서 발진해 대만 북부 해역을 샅샅이 훑은 셈이다.
이는 다분히 중국의 군사적 도발을 경계하기 위한 행보다. 미 군 당국이 중동 지역에 자신들의 첨단 자산을 ‘영끌’하는 와중에도 제1도련선(The First Island Chain) 내 중국에 대한 견제 임무를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
9일은 한·미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훈련이 시작하는 날이자 미·일·인도·호주·뉴질랜드가 괌의 미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다국적 대잠 초계·정찰 훈련을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다.
실제 중국 견제를 맡고 있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인태사·INDOPACOM)는 3월 초부터 한·미, 미·일, 미·일·호·뉴질랜드 등 역내 동맹국들과 정례 연습·훈련에 일제히 돌입했다.
인태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역내 동맹·우방국들과의 훈련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데, 이는 중동 지역의 분쟁 상황에도 역내 미국 중심의 대비 태세가 흐트러지지 않았음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이달 초부터 태국에서 열리는 다국적 연합훈련 ‘코브라 골드’, 한·미 ‘자유의 방패’ 연합훈련, 한·미 해병대 KMEP 연합훈련, 미·일의 ‘아이언 피스트’ 연합 상륙 훈련, 미·일·인도·호주·뉴질랜드의 ‘시드래곤’ 대잠 훈련 등이 진행된다.
이와 관련, 주한미군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도 한·미 해병대 병력이 참가하고 있는 코브라 골드 참관을 위해 태국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은 “브런슨 사령관은 훈련 작전센터를 방문해 해상 타격 작전과 함께 주한 미 우주군 전력이 한국 측과 함께 연합 전영역 작전에 통합되는 과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인태 지역에서 미군의 대비 태세 강화는 댄 케인 미 합동참모의장이 지난 2일(현지시간) ‘장대한 분노’와 관련한 첫 브리핑에서 “미군은 전세계 어디서든, 어떤 유사 사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우리의 결의를 시험하거나 미국이나 동맹국 또는 우리의 이익을 위협하려는 자들은 우리가 당신들에게도 갈 수 있고, 전투를 계속할 수 있으며, 전투의 규모도 확장할 수 있으며,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두라”고 발언했다.
이는 중동 사태를 틈타 중국과 러시아 등 미국의 주요 경쟁 세력에 군사적 준동을 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로 읽혔다.
인태사가 이란 공습 이틀 전인 지난달 25~26일엔 새뮤얼 퍼파로 사령관 주재로 예하 지휘관 회의를 열어 “적대 세력의 활동, 우선 순위 작전들, 다가오는 연습과 훈련에 대한 진전 사항”을 점검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인태사는 해당 회의가 미 행정부의 국방전략서(NDS) 발간에 맞춰 열린 것이라고 밝혔지만, 당시 미 전쟁부 차원의 이란 공습을 앞두고 있었던 만큼 이와 연동한 역내 억제력 유지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태사의 이런 움직임은 큰 틀에서 주한미군의 대비 태세와 직결된다. 이미 미국 내부에선 주한미군이 대중 견제까지 겸하는 ‘용도 변경’에 대한 공감대가 모아지는 모양새다.
이는 주한미군 자산을 섣불리 대규모로 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한반도의 안보 공백에 이를 정도로 무리한 자산 차출은 북한 뿐 아니라 중국의 오판을 부를 우려도 있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의 발목이 다른 지역에 잡혀있을 수록 지역 내에서 중국의 군사력이 유연하게 작동할 여지가 커지게 된다”고 짚었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는 도입 당시부터 중국의 큰 반발을 부를 정도로 그 자체로 중국 견제 성격이 작지 않다. 현재까진 사드 체계의 요격 미사일만 반출되는 분위기지만, 향후 중동 사태 격화로 사드의 핵심이자 두뇌에 해당하는 AN/TPY-2 레이더(X 밴드 레이더) 혹은 발사대를 중동으로 돌린다면 중국은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브런슨 사령관은 1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찾아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면담했다. 국방부와 주한미군은 면담 내용에 관해 확인하지 않고 있지만, 패트리엇 발사대·요격 미사일과 사드 요격 미사일의 중동 차출이 임박하면서 이에 따른 설명을 브런슨이 직접 했을 가능성이 있다.